[기자의 눈]“접근 없인 지원 없다” 북한인권보고관의 충고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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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법과 자체 규정의 틀 안에서 나름대로 북한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 문제는 특정 의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지 않고 보편적 기준으로 다뤄져야 합니다.”

위띳 문따폰 유엔 대북인권보고관은 18일 기자를 만나 최근 북한 인권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한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2004년 7월 대북인권보고관으로 임명된 그의 한국 방문은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을 파악하고 유엔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것. 그러나 14일부터 탈북자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을 찾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낸 그의 행보는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라는 이슈에 가려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6자회담이 재개되는 시점에 이뤄진 그의 방한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민감한 주제인 북한 인권 문제가 북한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찬성으로 선회했지만 4차례에 걸쳐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하거나 불참해 온 한국 정부나 3년여를 고심하고도 끝내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한 인권위의 결정에도 이런 시각이 짙게 깔려 있다.

인권위는 그동안 ‘보편적 규범으로서의 인권’을 강조해 왔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물론 초등학생 일기 검사에 이르기까지 각종 현안에서 현실보다는 인권을 내세운 결정을 내려 ‘정부 위의 정부’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공개처형과 고문, 강제 낙태, 유아 살해 등 북한의 강제수용소와 구금시설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끝내 외면했다. 정부 역시 북한에 전달된 인도적 지원 물자가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따폰 보고관의 지적은 단호하다. “북한과 이웃하고 있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북핵 해결의 절박성은 이해한다. 하지만 보편적 규범으로서의 인권이나 ‘노 액세스, 노 푸드(No access, No food·현지조사 없이 식량지원도 없다)’라는 인도적 지원 원칙에 북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북핵 문제의 해결과 남북관계의 진전이 중요하지만 인류 보편적 규범으로서의 인권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부와 인권위 관계자들이 문따폰 보고관의 충고에 귀 기울였으면 한다.

문병기 정치부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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