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부시 임기 끝날때까지 北 시간끌기인듯

  • 입력 2006년 12월 17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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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6자회담에 참여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없으며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끄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지난달 초 북한을 방문했던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을 비롯한 방북단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 정부 인사들에게 "북한은 부시 행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 같다. 비관적이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정전체제 종식 등 미국이 내놓은 제의를 분석한 결과 여전히 핵심은 '선(先) 핵 폐기'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시간을 번다는 차원에서 일단 내년 초 한번 더 6자회담을 여는 데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개리 세이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도 이날 워싱턴 특별 브리핑에서 "북한은 미국 차기 행정부와 협상할 것을 염두에 두고 실질적인 합의 없이 각종 실무검토위원회를 통해 협상하는 척만 하면서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지낸 세이모어 부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까운 장래에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0%"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6자회담에서 영변 5MW 원자로 가동 중단 의사를 밝히면서 대신 중유 제공 재개와 같은 실질적인 대가를 제의하고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해도 전략적 핵능력에 큰 영향이 없기 때문에 가동 중단 의사를 밝히되 '원자로 가동 중단과 핵시설 해체' 간의 연결고리는 끊으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시 행정부는 단순한 가동 중단이 아닌 실질적인 시설 해체를 요구하지만 북한은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 해체할 것'이라는 등의 조건을 붙이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러면서 평화협정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각종 요구를 제기하면서 핵시설 해체 시점 논쟁에서 주도권을 가지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북한의 핵 해체는 더 이상 예측 가능한 미래에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며 "현재로서 미국이 이룰 수 있는 최상의 목표는 핵 해체는 '한반도에서 평화와 정의가 이뤄지는 때'라는 식의 모호하고 궁극적인 목표로 언급하면서 핵무기 보유 수와 운반능력에 대한 제한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현재는 그 같은 양보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 6자회담이란 틀 자체가 무산되고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할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 되면 행정부내에서 '시설 가동중단만이라도 받아들이자'는 주장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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