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총재, 정계 복귀 수순밟기

  • 입력 2006년 12월 15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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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정치권에 재진입할 것인가. 최근 이 전 총재의 움직임을 보면 정치활동을 본격화하기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2002년 대선패배 직후 은퇴를 선언했던 이 전 총재는 최근 정치권 외곽을 돌며 정치성 짙은 행보를 이어가면서 4년 정도의 공백기를 빠르게 메워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특히 13일 경희대 특강에서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고, 이순신이 죽지 않았다고 했다. '순신불사'의 어귀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에 전율같은 감동을 느낀다"는 언급은 '창(昌)의 귀환'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는 야인 신분이지만 자신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아직도 남아 있고, '정치인 이회창'은 아직 건재하다는 비유로 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전 총재 측근은 "이 전 총재가 정치 재개는 아니지만 활동을 재개했다고는 볼 수 있다"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뉴라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보수단체들을 만나고 있고 내년부터는 비(非) 좌파연합의 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내년 1일 1일 자택을 개방해 세배 손님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측은 대선에 직접 나오겠다는 말은 아니라 당의 집권을 위해 측면활동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이미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그가 대선 국면에서 취할 선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두 차례 대선에 패배한 '원죄'때문에 '빅 3(박근혜, 이명박, 손학규)'가 정립하고 있는 현 당 경선구도에 곧바로 뛰어들기에는 부담이 있지만 예기치 못한 돌발사태로 인해 이 같은 구도에 균열이 갈 때는 과감하게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권의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인해 당내 유력 대선주자가 치명상을 입는 경우 대안세력으로 나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 움직임에 대한 당내 기류는 대체로 냉랭한 편이다. 특히 이 전 총재가 '킹 메이커'를 넘어 직접 '킹'으로 나서 대권 3수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필패 카드'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는 과거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이 이제는 이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에 가담, '다른 배'를 타고 있는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대부분 이 전 총재에 대한 직설적인 비난은 삼가면서 "그럴 분이 아니다", "본인의 말을 지킬 분"이라는 식의 완곡하고 우회적인 화법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만약 이 전 총재가 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 경우 17일 경선출마를 선언하는 원희룡 전 최고위원까지 포함해 한나라당 경선전은 기존의 빅 3 구도에 5파전 이상의 다자구도로 바뀌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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