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애써 잡으면 뭐하나 대통령이 다 풀어주는데…”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가 유죄판결을 받은 간첩들에 대해 특별사면 조치를 남발하고 있으며 석방된 간첩 전과자들이 남한에서 공공연하게 친북 활동을 하거나 북송돼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정형근(사진) 의원은 11일 “일심회 관련자 5명에게 간첩죄 이적단체가입죄 등을 적용해 구속 기소했지만 얼마 지나면 모두 대통령 특사, 형집행정지, 사면 복권 형태로 다 석방될 것이 뻔하다. 간첩 수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간첩을 애써 잡아넣으면 대통령이 다 풀어 준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안 기관 내부에서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전부 석방되는데 간첩을 잡아서 뭐 하겠느냐’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간첩 등이 석방된 사례를 일일이 나열하면서 “간첩 등 반국가사범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사면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98년 이후 형집행정지로 석방되거나 사면 복권된 간첩은 민경우 신광수 씨와 김낙중 전 민중당 대표 등 10여 명.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사무처장 출신인 민 씨의 경우 1997년 간첩 혐의로 구속된 뒤 1999년 특사로 석방됐다. 2004년 간첩사건으로 재구속됐으나 200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또다시 석방됐다.

정 의원은 “민 씨의 상부선인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공작원 박용 씨는 2005년 8월 15일 축전 행사를 이유로 한국을 방문했고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도적으로 박 씨의 입국을 추진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요코타 메구미 납치 사건의 주범으로 국제 수배된 신 씨는 1985년 서울에 잠입했다가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1999년 12월 ‘밀레니엄’ 특사로 출소한 뒤 6·15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넘겨져 북한 당국으로부터 ‘조국통일상’을 받는 등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고 정 의원은 지적했다

정 의원은 “석방된 간첩들은 아직도 ‘통일운동’이란 미명하에 공공연히 북한을 찬양하거나 반미 투쟁을 선도하고 있지만 법무부의 보안 관찰조차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 간첩 사건의 당사자들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햇볕정책을 한다며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전부 석방했다”며 “이들에 대한 사면 복권과 비전향 장기수를 모두 북한에 송환한 것은 사실상 북한의 요구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 의원은 이날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에 대해 “남북 실무자가 해외에서 계속 접촉하면서 정상회담의 구체적 의제나 시기 장소 등에 대해 마무리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면 북한도 얻을 것이 많은 만큼 응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2차 남북정상회담은 6·15남북정상회담 당시 합의 사항으로 살아 있는 과제이고 현안이며 남북한 정상에게 주어진 책임과 과제”라고 말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8일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했을 때 ‘정상회담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며 북한은 혼자서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밝히지 않았느냐”며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