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술술 풀리는 부처라면 실적 또한 풍성해야 어울린다. 그래야 국민의 혈세를 ‘집안잔치’만을 위해 낭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외교부는 과연 부처의 경사에 걸맞은 실적을 쌓고 있는가.
외교는 꽃 피지 않았다
전임 반 장관의 처음과 끝을 보자. 2004년 2월 8일 월간 신동아를 위해 그와 장시간 인터뷰를 했다. 장관 취임 후 언론과의 첫 공식 인터뷰였다. 그는 장관으로서의 포부를 밝히면서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당면한 외교 현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또 하나의 현안은 복수차관제 도입이었다. 그는 190개국이 넘는 유엔 회원국과 충실한 정책 협의를 하기 위해서는 복수차관제가 절실하다면서 외국의 사례까지 들어가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2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반 전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조속한 시일 내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는 이임사를 남기고 유엔본부로 떠났다. 그동안 무엇이 변했나. 복수차관제는 외교부의 희망대로 실현됐다. 북핵 문제는 여전히 현안이다. 해결은커녕 도리어 악화됐다.
신임 송 장관 또한 북핵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외교부에선 6자회담 수석대표로, 청와대에선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으로 북핵 문제를 주도했지만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했다. 그가 소임을 다했다면 국회가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관 취임식을 하는 낯 뜨거운 경험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 전 장관과 송 장관은 외교부 장관 선배인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공직관(公職觀)을 참고했으면 한다. 노 전 총리는 회고록에 “공직자의 평가기준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였으며, 실제로 무엇을 이룩하였느냐’에 있다고 믿었다”는 말을 남겼다.
두 사람이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을 발판 삼아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청와대 근무 덕분에 외교부 장관이 되는 데 머문다면 개인의 영달밖에 되지 않는다. 진정한 성공이 되려면 외교 자체가 성공해야 한다. ‘외교관’은 웃지만 ‘외교’는 꽃 피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국민은 그들이 무엇인가를 이루었다고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불과 1년여 남은 참여정부의 장관 인사는 새로운 시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기용되는 장관들은 야구 경기로 치면 마무리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송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조직과 인사의 혁신을 강조했다. 경기 종료가 다가오는데 유니폼과 운동화를 바꾸겠다고 부산을 떠는 것 같아 안타깝다.
머리로 바위를 치는 각오로
북핵 사태. 실로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영원히 풀지 못할 난제는 아니지 않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결연한 의지는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서전에서 보리스 옐친에 의해 총리로 임명된 뒤 체첸 문제에 직면했을 때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체첸 문제는 머리로 바위 치기라고 생각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칠 때는 계란을 잃을 뿐이지만 머리로 바위를 친다면 목숨을 잃게 된다. 나는 그런 각오로 일했다.”
부디 반 전 장관과 송 장관의 성공이 한국 외교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두 분의 능력을 익히 알기에 여전히 기대를 가져 본다.
방형남 편집국 부국장 hnbh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