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반기문과 송민순의 성공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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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외교통상부는 유별나게 운이 좋았다. 2년 10개월 동안 장관으로 재직한 반기문 전임 장관은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이 됐다. 송민순 후임 장관은 청와대에 근무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승진을 거듭한 끝에 장관으로 금의환향했다. 숙원이던 복수차관제도 실현돼 차관이 2명으로 늘어나는 경사도 있었다. 부처 전체는 아니더라도 상층부와 조직에는 잇달아 웃음꽃이 피었다.

이렇게 술술 풀리는 부처라면 실적 또한 풍성해야 어울린다. 그래야 국민의 혈세를 ‘집안잔치’만을 위해 낭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외교부는 과연 부처의 경사에 걸맞은 실적을 쌓고 있는가.

외교는 꽃 피지 않았다

전임 반 장관의 처음과 끝을 보자. 2004년 2월 8일 월간 신동아를 위해 그와 장시간 인터뷰를 했다. 장관 취임 후 언론과의 첫 공식 인터뷰였다. 그는 장관으로서의 포부를 밝히면서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당면한 외교 현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또 하나의 현안은 복수차관제 도입이었다. 그는 190개국이 넘는 유엔 회원국과 충실한 정책 협의를 하기 위해서는 복수차관제가 절실하다면서 외국의 사례까지 들어가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2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반 전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조속한 시일 내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는 이임사를 남기고 유엔본부로 떠났다. 그동안 무엇이 변했나. 복수차관제는 외교부의 희망대로 실현됐다. 북핵 문제는 여전히 현안이다. 해결은커녕 도리어 악화됐다.

신임 송 장관 또한 북핵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외교부에선 6자회담 수석대표로, 청와대에선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으로 북핵 문제를 주도했지만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했다. 그가 소임을 다했다면 국회가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관 취임식을 하는 낯 뜨거운 경험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 전 장관과 송 장관은 외교부 장관 선배인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공직관(公職觀)을 참고했으면 한다. 노 전 총리는 회고록에 “공직자의 평가기준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였으며, 실제로 무엇을 이룩하였느냐’에 있다고 믿었다”는 말을 남겼다.

두 사람이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을 발판 삼아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청와대 근무 덕분에 외교부 장관이 되는 데 머문다면 개인의 영달밖에 되지 않는다. 진정한 성공이 되려면 외교 자체가 성공해야 한다. ‘외교관’은 웃지만 ‘외교’는 꽃 피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국민은 그들이 무엇인가를 이루었다고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불과 1년여 남은 참여정부의 장관 인사는 새로운 시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기용되는 장관들은 야구 경기로 치면 마무리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송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조직과 인사의 혁신을 강조했다. 경기 종료가 다가오는데 유니폼과 운동화를 바꾸겠다고 부산을 떠는 것 같아 안타깝다.

머리로 바위를 치는 각오로

북핵 사태. 실로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영원히 풀지 못할 난제는 아니지 않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결연한 의지는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서전에서 보리스 옐친에 의해 총리로 임명된 뒤 체첸 문제에 직면했을 때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체첸 문제는 머리로 바위 치기라고 생각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칠 때는 계란을 잃을 뿐이지만 머리로 바위를 친다면 목숨을 잃게 된다. 나는 그런 각오로 일했다.”

부디 반 전 장관과 송 장관의 성공이 한국 외교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두 분의 능력을 익히 알기에 여전히 기대를 가져 본다.

방형남 편집국 부국장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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