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방문 노대통령 "포근한 마음에 굳었던 마음 확 풀렸다"

  • 입력 2006년 11월 29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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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9일 호남의 상징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목포를 찾았다.

오래전 잡힌 지방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 것이었지만 하루 전 당적 포기 및 임기 단축을 시사한 발언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노 대통령의 발걸음에 눈길이 쏠렸다.

노 대통령이 목포를 찾은 것은 2004년 7월 광주·전남지역 혁신발전토론회 참석 이후 2년4개월만이다. 호남행은 7일 지역혁신박람회 개막식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것을 포함해 이달 들어 두번째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가는 곳마다 '선물보따리'를 풀어놓는 등 호남에 남다른 애정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에 올라 '서남권 종합발전구상'에 관한 현장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미래를 내다보며 선제투자를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감사원이 현재 수요를 기준으로 무안공항의 경제적 타당성을 문제 삼았던 데 이의를 제기한 것.

그러면서 수행한 이춘희 건교부 차관에게 "공항 활주로 길이를 늘려달라는 요구도 있는 모양인데 이 사업을 차질 없도록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공항을 둘러본 노 대통령의 오찬에는 학계, 시민단체, 언론계 등 지역인사들이 대거 초청됐다. 푸짐한 전라도 밥상을 앞에 두고 노 대통령은 호남의 따뜻한 환대에 사의를 표했다.

노 대통령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 같고 오랜만에 고향에 온 것 같은 포근한 느낌을 받는다"며 "좀 굳어있던 마음이 확 풀릴 만큼 아주 편안하게 저를 맞이해주셨다. 기분이 좋다"고 했다.

때문에 '전효숙 파동'에 여당의 '치받기'로 극도로 위축된 노 대통령이 호남에서 정치적 위안을 받고 자신감을 되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서남권 발전을 위한 의지를 드러내며 호남 민심을 어루만졌다. 노 대통령은 닷새 전 청와대에서 직접 회의를 주재, 2020년까지 22조원을 투입해 전남 무안·목포·신안을 초일류 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내용의 '서남권 종합발전 구상'을 확정했다.

노 대통령은 "사실 이곳에 와서 (이 구상을) 발표하려고 했는데, 정치적인 것 아니냐 의심도 하고 공격도 해서 '사업은 키우되 발표는 키우지 말고 조용하게 하자'고 해 이렇게 됐다"며 뒷얘기도 곁들였다.

청와대 회의에선 당초 구상에 없던 J 프로젝트 등 서남해안개발계획이 노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서남권 발전구상에 전격 추가된 바 있다.

이 계획에 대해 노 대통령은 "'노무현 당신 임기 얼마 안 남지 않았냐? 그렇지 않다"며 "정부의 의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나아가 "옛날에는 약했는데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해서 호남의 정치적 발언권이 그 전하고 다르다"며 "군(郡)에서도, 도에서도, 일반 국민들도 힘을 모아 쭉 되게 해주시면 적어도 제가 레일을 깔겠고, 이정표를 확실히 세워놓겠다"고도 했다.

논란이 됐던 호남고속철 건설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경제적 타당성을 지적했던 이해찬 전 총리의 우려에도 불구, 미래적 관점에서 고속철 건설을 결정했다면서 "정치는 50년, 100년을 내다봐야 하는 것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했다"고 말했다.

목포가 고향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시절 국가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며 "김 전 대통령이 기업, 공공, 노사, 금융 4대 부분 개혁을 했다면, 이 제도적 혁신 위에서 질적 혁신을 더 쌓아가자는 것이 참여정부의 전략"이라며 정권의 연속성을 부각시켰다.

공교롭게도 이날 행사에는 호남 출신인 이병완 비서실장과 전해철 민정수석이 수행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당·청 소통 문제와 전효숙 파동을 이유로 여당에서 인책론이 제기된 상태다.

특히 전 수석은 지난 7일 대통령의 광주행사에는 불참했지만 이날 고향인 목포에는 모습을 보였다. 노 대통령이 참모들을 계속 안고 가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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