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두가지 약속 안하면 ‘6자’ 없다

  • 입력 2006년 11월 29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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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협상 난항

북한과 미국,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2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회담 재개를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3국 수석대표는 29일 다시 만나 협의를 계속할 방침이지만 회담의 전제조건을 둘러싼 북-미 간 힘겨루기가 팽팽한 것으로 보여 6자회담 재개 일정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양측이 서로의 의견을 모두 교환했기 때문에 29일 협의에서 전격적으로 회담일정을 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미간 힘겨루기=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8시간여에 걸쳐 양자 및 3자 협의를 가졌다.

3국 대표들은 북한이 조기 이행할 북핵 폐기와 관련국들의 상응한 조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계좌 동결 해제 문제를 협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양국의 시선이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날 “최근 6자회담을 둘러싼 추측성 보도가 잇따르고 있으나 미국이 요구하는 핵심은 북한의 핵시설 가동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약속 두 가지”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런 요구는 6자회담이 열리면 제시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전조율 과정에서 북한이 수용하겠다는 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6자회담 재개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없던 일처럼 여기고 백지상태로 무작정 협상에 임할 수는 없다”며 “미국은 12월 중순 회담 재개를 희망하지만 그 같은 요구조건에 사전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회담 재개는 계속 미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부상은 BDA를 통한 대북 금융제재가 조속히 해소되어야 하며 핵실험을 통해 핵 무기 보유 사실을 입증한 만큼 북-미 관계 정상화와 관련된 조치 및 에너지 지원 약속이 선행돼야 핵 폐기에 나설 수 있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대표, “진심이라는 증거를 보여라”=힐 차관보는 중국의 시사 잡지 환추런우(環球人物)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면 당연히 한반도 비핵화 문제부터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27일 베이징 도착 전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진심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핵보유국 자격으로 회담에 참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은 핵 국가가 아니고 우리는 북한을 핵 국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방침은 중국도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북한, “당당히 회담에 임하겠다”=김 부상은 28일 베이징 도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핵실험을 통해 제재와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방어적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당당한 지위에서 언제든 회담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북-미 간 쟁점이 아주 많다”며 “자기의 춤 박자(拍子)를 소개하겠다는 힐 차관보의 친절한 초청으로 길을 나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지난달 말 “우리가 먼저 이런 댄스를 시작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담 성사 전망이 밝다고는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현재 제일 급한 일은 대화를 통해 6자회담을 가능한 한 조속히 재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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