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발목 잡고…▼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7일 열린우리당과 재정경제부 등의 당정 협의에서 일부 여당 의원이 정부의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안에 반발했다는 소식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경제정책 분야에서 다소 시장친화적 움직임을 보이던 열린우리당의 ‘정책 나침반’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김근태 의장 등 지도부는 지방선거 이후 정부 여당의 정책 노선이 민생과 괴리돼 있다고 보고 이른바 ‘뉴딜 정책’과 부동산정책 재논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재경부 중심의 정책 추진에 잇따라 반대하고 있다.
김 의장은 지방선거 후 기업과의 접촉을 강화하며 친(親)시장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8월 초에는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을 만나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고 제도적 장치를 개선할 테니 경제인들은 그 멍석 위에서 마음껏 춤을 춰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지도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반기를 든 당내 일부 의원은 정부 내에서조차 폐기된 ‘순환출자 규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27일 당정 협의에서 “출총제는 여당 철학의 문제”라며 “차라리 현 출총제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부동산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선거 및 10월 재·보선 완패 후 정장선 김혁규 등 상당수 여당 중도파 의원은 “부동산대책이 민생을 외면했고 결국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졌다”며 시장친화적 부동산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급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11·15 부동산대책을 마련했으나 여당은 최근 들어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한다”(김 의장)며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현상은 청와대 및 정부 주도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당 내의 뿌리 깊은 견제심리와, 정부 정책의 ‘우향우’ 선회는 현 여당의 정체성 유지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복합적인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野는 퇴짜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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