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내정자의‘첫마디’…동맹국 겨냥“대북정책 바꿔라”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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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15일 ‘2006년 영어권 차세대 포럼’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의 체제 붕괴를 유도하는 정책을 철회하고, 진지한 양자(兩者)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내정자의 발언은 그가 ‘이종석 통일부 장관보다 더 강한 햇볕론자’라는 세간의 평가를 여실히 증명해 준 것인 동시에 미국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정책 변화를 요구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 내정자는 이날 6자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와 관련해 “북한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편에서 판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가끔은 미국이 왜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주저하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제재일변도의 정책’ ‘체제 붕괴를 유도하는 정책’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국가적 운명을 결정하는 데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노선’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이는 지난달 18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가 “국제사회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다. 유엔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면 자기 운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발언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의 정권 교체를 기다리며) 2년을 은둔하면서 보내기보다는 대타협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지만 북한의 대미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았다.

이날 이 내정자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동맹국의 외교정책 비판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자신의 일방적 대북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이 내정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자격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원칙을 말한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붕괴를 추구한다는 단정적인 평가에 기반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통일부 장관 내정자로서의 발언이 얼마만큼의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 실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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