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늉뿐인 대북제재’ 정부내서도 비판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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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14일(한국 시간)까지 대북 제재 이행 상황을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정부가 구체적인 이행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등과 관련한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부처 간 이견으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경협=정부는 금강산 관광 사업에 들어가는 정부 보조금을 중단하고 개성공단 사업은 추가 분양을 연기하는 수준에서 대북 제재 수위를 조절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검토했던 금강산 관광 사업의 축소나 중단, 관광 대가로 북한에 지급하는 현금을 현물로 전환하는 방안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금강산 관광 사업에 지원한 보조금은 50여억 원에 불과해 정부의 결정 내용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에 대해 강하게 의문을 제기해 온 미국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금강산 관광은 북한 정부 관계자에게 돈을 주기 위해 고안된 사업’이라는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 내며 사업의 축소 또는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개성공단 추가 분양 연기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따라 위험 부담이 높아지면서 분양 참가 기업이 줄어든 상황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 등 정부 일각에서도 제재 수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한국의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국제사회의 수준에 맞춰 제재 움직임을 취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물 검색과 PSI=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규정한 화물 검색 조항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맺은 남북해운합의서를 통해 이미 충분히 시행하고 있는 만큼 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방침을 유지해 왔다.

남북해운합의서는 무기를 운반하거나 위법행위 후 도주 등의 혐의가 있는 북한 선박을 검색할 수 있게 돼 있는 만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질의 거래를 막기 위해 화물 검색 조치를 취하도록 한 안보리 결의안과 부합한다는 것.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18일 “다른 나라가 참여하는 것과 한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며 “이런 민감성을 반영하면서 남북해운합의서와 PSI 내용을 맞춰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한 9일 이후 제주해협을 지나간 4척의 북측 선박은 물론 남북해운합의서 발효 이후 남측 영해를 지나간 북한 선박 140여 척 중 단 한 척도 검색한 실적이 없기 때문에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한 검색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또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운항하는 선박 가운데 남측 항구를 경유해 제3국으로 가는 배가 전혀 없다. 북한 선박들은 제3국으로 갈 때는 공해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유엔 결의안의 화물 검색과 연관된 WMD 관련 물질의 이전 문제를 남북해운합의서로 다룬다는 주장 자체가 사실상 공론(空論)에 불과하다.

안보리 결의에는 WMD뿐 아니라 WM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을 운송하는 선박에 대해서도 화물 검색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남북해운합의서는 무기 운송 선박에 한해서만 검색을 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PSI 참여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PSI에 참여해도 선박 검색 및 나포, 훈련 참가 등은 각국이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인 데다 30∼40km 밖에서도 방사능 물질 운송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북한과의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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