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한에 석유 끊으면 양국 적대관계로 가는것”

  • 입력 2006년 10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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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 강화중국 랴오닝 성 단둥 시 인근의 중조우의수유기공사 정문. 대북 석유 공급을 맡고 있는 곳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도 별다른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듯 보이지만 공장 외곽 경비와 인근의 검문이 강화됐다. 단둥=구자룡 기자
검문 강화
중국 랴오닝 성 단둥 시 인근의 중조우의수유기공사 정문. 대북 석유 공급을 맡고 있는 곳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도 별다른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듯 보이지만 공장 외곽 경비와 인근의 검문이 강화됐다. 단둥=구자룡 기자
중국 단둥(丹東) 시에서 북쪽으로 30여 km 떨어져 있는 전안(振安) 구 러우팡(樓房) 진 싱광(星光) 촌은 전형적인 작은 농촌 마을. 북한 핵실험으로 세계의 눈이 갑자기 이곳에 있는 작은 회사에 쏠리고 있다.

이곳의 중조우의수유기공사가 중국의 대북 석유 공급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1974년 송유관을 건설한 후 대북 송유를 시작했으며 1983년에는 유류저장 시설도 세워 ‘바싼유쿠(八三油庫·유류저장소)’로도 불린다.

21일 오전 차를 타고 러우팡 진의 포장도로를 벗어나 500m가량 마을길로 접어들자 산자락에 하얀색 원통형 유류저장 탱크 시설 몇 개가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약 50명의 직원에 경비 병력이 3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문이나 회사 주변에 무장 경비 병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 중요 시설인 이곳의 경비는 ‘은밀히’ 진행되고 있다고 현지의 한 소식통은 말했다. 외부인이 걸어서 마을 주변을 다니거나 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사진 촬영을 하면 ‘검문’과 제한을 당한다는 것.

또 이 소식통은 회사 주변은 물론 마을을 드나드는 모든 차량의 번호판을 촬영하는 등 기록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단둥 시의 택시들이 가급적이면 싱광 촌까지 들어오지 않으려는 이유다.

최근 일본 언론이 한 홍콩 인권단체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북한 핵실험에 따른 제재 조치로 이 회사의 대북 석유 공급을 줄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단둥의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대북 송유 중단은 양국이 적대 관계에 들어가는 엄중한 사태”라며 “핵실험 이후 송유량을 줄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압록강의 수풍(북한 측 관리), 윈펑(雲峰·중국 측 관리) 등 4개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도 양국이 똑같이 나눠 쓰며 경제 제재가 강화돼도 압록강의 전기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단둥의 또 다른 소식통은 “대북 송유는 돈을 받고 파는 ‘교역 물량’과 할인 판매나 무상 제공 등으로 공급하는 ‘원조 물량’이 있는데 송유량이 줄었다면 교역 상황에 따라 교역 물량이 감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소식통은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교역 물량이나 원조 물량이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의 자회사인 중조우의수유기공사가 관리하는 석유는 헤이룽장(黑龍江) 성 다칭(大慶) 유전과 랴오닝(遼寧) 성 랴오허(遼河) 유전 등 동북지역에서 나온다. 선양(瀋陽) 시 외곽에서 합류한 송유관은 싱광 촌 저유소를 통해 일부는 중국 국내에 공급하고 일부는 압록강 밑을 지나는 11km 길이의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보낸다.

단둥=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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