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핵 쟁점 진단]“북핵 현단계서 실제 사용할수 있는곳은 한국뿐”

  • 입력 2006년 10월 23일 17시 19분


코멘트
마이클 맥데빗 전략문제연구소장.자료사진 동아일보
마이클 맥데빗 전략문제연구소장.
자료사진 동아일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상황에서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시작전통제권 변화(이양)가 계속 추진된다면 북한에게 잘못된 시그널, 즉 자신들이 한국과 미국을 쪼개놓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연방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센터의 마이클 맥데빗(전직 해군제독) 전략문제연구소장은 최근 본보와 회견을 갖고 "한미 양국은 작전권 이양 논의를 중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미간 지휘권 체계의 변화는 북한이 이를 동맹의 약화, 억지력의 약화로 잘못 해석할 소지가 없어질 때까지 연기 또는 동결되어야 한다"며 "기존의 한미연합사 시스템을 깨면 모든 걸 다시 새로 지어야 하는데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인데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금은 결코 적기가 아니다. 그 밖의 평택 이전 등 주한미군의 전반적 구조조정은 효율적인 전쟁계획 수행능력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 체제가 존속하는 것을 전제로 계속 진행되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 실험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구상(GPR)'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및 경량화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 이라크 주둔 미군을 순환시켜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은 펜타곤(미 국방부)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라크 문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 재조정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주변국에 미치는 위협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은 핵 기술을 계속 진전시키려 할 것이다. 하지만 미사일 탑재가 가능할 만큼의 소형화에는 몇 년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는 현 단계에서 북한의 핵무장으로 인해 실제 위협을 받게 된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큰 폭격기나 트럭에 실을 수준의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한국 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이 1991년 철수한 전술 핵무기를 다시 한국에 배치할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 철수시킨 전술핵무기들은 이미 퇴역했으며 핵우산 제공을 위해 핵무기가 실제로 한국에 있어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군사적 관점에서 전술핵무기의 재배치는 불필요한 일일뿐더러 북한과의 논의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핵우산제공은 정치적 약속, 정책판단의 문제인데 이에 대한 워싱턴의 약속은 분명하다."

―만약 모든 수단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미국이 군사공격을 선택할 가능성은.

"어딜 공격할 수 있다는 말인가. 폭격해야할 곳은 대부분 동굴이나 지하에 있다. 폭격 대상의 위치를 모른다. 설사 찾는다 해도 재래식 무기로 동굴을 폭격해 핵물질을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설령 제2의 한국전쟁 발발 위험을 감수한다 해도, 노무현 정부가 나서서 '우리는 전쟁위험을 개의치 않는다.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라'고 말해도 미국이 폭격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다. 1994년엔 눈에 보이는 지상의 목표물(영변 핵시설)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 플루토늄은 분산돼 은닉됐다. 영변 원자로를 폭격해도 북한은 플루토늄을 계속 갖고 있으며 비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은 어디서 진행시키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한국 정부의 대북 경협 사업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

"인도적 지원과 경협은 분명히 구분해야한다. 미국이 인도적 지원의 중단까지 원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이 대북 경협을 중단하는 것에는 매우 관심이 크다. 현금이 유입되는 '현금장사'이기 때문이다. 그 돈은 주로 북한의 군비로 쓰인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