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 포용정책이 北에 대한 거짓 이미지 만들어”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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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왼쪽)과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20일 서울 중구 장충동 타워호텔에서 만나 북한 핵실험 이후 급박하게 변하는 한반도 안보상황과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한미동맹을 더 굳건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왼쪽)과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20일 서울 중구 장충동 타워호텔에서 만나 북한 핵실험 이후 급박하게 변하는 한반도 안보상황과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한미동맹을 더 굳건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20일 북한 핵실험 사태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방안 등에 대해 대담했다. 한미안보연구회와 화정평화재단 등이 공동 주최한 ‘한미동맹의 핵심적 문제와 향후 과제’라는 학술회의를 마치고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난 이들은 북한 핵실험 책임과 관련해 “비난받아야 마땅한 유일한 대상은 김정일 체제”라고 말했다. 》

○ 북한 핵실험 이후의 한반도

▽틸럴리=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더 위험해졌다.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해서 대북 억지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북한은 핵무기를 얻기 위해 주민, 산업, 복지, 삶의 질 등 모든 것을 희생했다는 것을 알려줬다.

▽김재창=동의한다. 북한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어겼다. 한때 우리는 북한이 평화적인 전략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희망했다. 화해와 협조 정책을 받아들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모든 희망이 근거 없음이 밝혀졌다. 북한이 화해와 협조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모든 전략의 수정을 고려해야 한다.

▽틸럴리=(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의 핵실험이 미국의 대북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오래전부터 북한 체제가 핵을 개발해 왔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핵실험은) 미국의 어느 정권의 어떤 정책과도 상관이 없다. 김정일 체제의 욕망 때문이다. 비난할 곳을 찾는다면 오직 한 곳, 평양의 리더십이다.

▽김재창=때때로 우리는 북한이 변화할 미끼를 제공했고 포용하려는 정책을 적용했다. 이에 북한은 변할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핵실험을 한 순간 북한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핵개발이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고 남한 측을 설득하려고 한다. 북한의 의도는 한미동맹을 깨려는 것 그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은 실패했나

▽김재창=햇볕정책은 철망으로 둘러싸여 진짜 북한 사회와 고립된 북한의 일부만을 방문하게 하고는 마치 진짜 북한 주민을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사실은 어떠했나. 햇볕과 포용정책의 실책은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창조해 낸 것이라고 본다.

▽틸럴리=변화를 일으키려는 시도는 있었다. 그러나 변화가 일어나지 못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평화적 방법을 동원해서 북한을 개방하고 정상국가로 이끌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북한 체제의 성격을 나타내는(symptomatic) 것 같다.

○ 국제적인 공조가 유일한 해결책

▽김재창=만약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외부에 팔거나 확산시키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핵 보유를 허용한다면 한국은 참을 수 없을 것이다.

▽틸럴리=미국의 정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외교적 수단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본다. 6자회담의 5개국이 모여서 효과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고, 6자회담에 참여하도록 해서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 핵실험은 국제적인 문제다. 협력으로 풀어야 한다.

▽김재창=만약 김정일이 국제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북한의 정책이나 체제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옵션이다.

▽틸럴리=외교적 수단, 유엔 제재 등 모든 옵션이 탁자 위에 놓여 있는데 가장 어려운 것부터 가는 것은 옳지 않다. 하나씩 차근차근 고려해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유엔의 대북 제재로 시작해서 6자회담의 5개국 구성원들이 의논하는 것이 순서이다.

▽김재창=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옵션 중에 핵무장은 논리적으로는 세력균형을 위한 수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마지막이자 최악의 옵션이다.

▽틸럴리=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었다. 그러나 핵무기를 갖는다면 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했고 앞으로도 제공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한국의 핵 개발 및 보유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건 한국의 국가적 문제다.

○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신중히

▽틸럴리=전시작전통제권의 이전 문제에서 2009년이니, 2012년이니 하는 날짜는 전혀 이슈가 아니다. 한반도의 안전과 방어, 대북 억지가 문제다. 미국은 한반도 국방에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성공적이고 토대가 튼튼한 동맹이다. 전시작전권 이전 결정은 이미 났다. 우리는 다만 이전이 투명하고, 한미 양국 군의 능력을 감소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시작전권 이양 결정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결정은 환경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김재창=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전시작전권 환수가 주권과 관계 있다는 잘못된 관념이 있다. 전시작전권 환수는 주권과 전혀 상관이 없다. 시간의 문제도 아니다. 다만 북한 핵실험이 있었기 때문에 변화할 필요는 있다. 지금으로서는 전시작전권 환수가 미국의 이익에도, 한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를 바란다.

정리=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존 틸럴리(64) 전 한미연합사령관

1996년 7월부터 1999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내고 2000년 퇴역했다. 학군장교(ROTC) 출신. 한국 근무 경험이 없는데도 주한미군사령관으로 기용돼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했다. 역대 주한미군사령관 중에서 가장 한국을 잘 이해하는 장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재창(66)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사 18기. 9사단장, 6군단장, 합참 전략기획국장, 합참 제1차장을 거쳐 1992∼94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겸 지상구성군 사령관을 지내고 예편해 미국 보스턴 터프츠대 전문안보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2001년 국방개혁추진위원장으로 국방 개혁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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