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자진포기 사례 있을까?…미국은 논쟁중

  • 입력 2006년 10월 13일 17시 06분


코멘트
'북한의 핵무장은 되돌릴 수 있는 일일까'를 놓고 미국 내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이하 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에 상관없이 이는 '되돌릴 수 있는'(reversible)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리비아 등을 예로 들며 "핵무기 또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 전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논리에 고개를 젓는 전문가들도 많다. 존 울프스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11일 세미나에서 "핵실험을 실시해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하고 난 뒤 핵을 포기한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마커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권의 교체'라는 변수에 주목한다. 핵무기를 반납하거나 핵 프로그램을 깊숙이 진전시킨 상태에서 중단한 사례는 정권이 바뀐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역사적으로 핵무기를 자진 반납한 사례는 세 나라를 꼽을 수 있는데 모두 옛 소련에서 독립한 신생국이었다.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정부는 소련 해체 후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소련 시절 자국에 배치됐던 핵무기를 자진 반납했다.

1988년 핵 프로그램을 자진 중단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민주정권이 전임 군사정권 때부터 추진돼온 핵 프로그램을 중단한 경우다.

정권 교체 없이 핵을 포기한 사례는 리비아. 그러나 핵폭탄 제조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여서 핵 프로그램 중단으로 잃게 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놀랜드 연구원은 지적했다.

남아공의 사례는 조금 더 복잡하다. 1970년대부터 20여 년간 핵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추진해 7개의 핵폭탄을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던 남아공 정부는 1993년 핵 프로그램 동결을 선언했다. 당시 소련 붕괴로 남아공에 적대적이었던 남부아프리카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위협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결국 이들 나라의 사례들은 대부분 북한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지만 정권 속성 및 주변 안보환경의 변화가 '핵 야욕'을 버리게 만드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