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캠벨 부소장 “북중 갈등 증폭 북미간보다 더 험악”

  • 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북한이 없으면 중국도 불편할 것이라는 뜻에서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의 사이로 불려온 ‘북-중 혈맹관계’. 그러나 북한의 10·9 핵실험 이후 양국 관계에 파열음이 들린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커트 캠벨(사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12일 이 연구소가 주최한 전문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1개 이상 갖고 있다면 중국을 겨냥하는 핵능력도 가질 것”이라며 “북-중 관계가 신뢰상실(distrustful)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를 지낸 캠벨 부소장은 중국이 대북한 식량 및 에너지 공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할 가능성을 언급한 뒤 “북-중 갈등의 수준이 북-미 갈등보다 훨씬 더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무너지는 (그 결과 수백만 난민이 압록강을 건너는) 것보다는 차라리 북한의 핵무장을 중국이 더 낫게 여긴다는 사실을 북한이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자기 파멸’을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미뤄온 중국이 문제를 키웠다”며 중국 책임론도 거론했다.

5년간 부시 백악관에서 아시아정책을 맡았던 마이클 그린 선임 고문도 “중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강경한 태도로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상황 진전이 없으면) 더 강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이제 공개적으로 ‘표적 제재(targeted sanction)’를 거론한다며 “북한 정책의 방향을 놓고 가장 격렬한 토론이 진행되는 곳은 워싱턴이 아니라 베이징”이라고 덧붙였다.

그린 고문은 ‘일본과 미국의 강경파는 동의하기 싫겠지만’이라고 전제하며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와 지난해의 9·19 베이징 합의를 충실하게 이행하면(지난해 합의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경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클린턴 행정부의 국방부에서 동아시아 특별보좌관으로 일했던 데릭 미첼 CSIS 선임연구원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 패배자인 한국은 노무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계승했지만, 도움을 주고 따귀를 맞은 형국이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