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이례적 긍정… 美日과 ‘눈높이’ 맞추나

  • 입력 200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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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에 대한 정부 대응 조치의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

정부는 11일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기로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논의 중인 대북 경제 제재에도 동참키로 했다. 또 유엔 안보리가 대북 군사 제재를 추진하는 데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과 조율을 거쳐 나온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남북 경제협력 사업 관계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어떤 정책을 취하든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고 국제사회의 조율이 필요하고 손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규형 외교통상부 제2차관도 이날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미국 등 6자회담 당사국 및 기타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조율된 대응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북한 핵실험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대북 정책을 수립해 나가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나오면 금융 제재까지는 참여하겠지만 군사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국제 조율의 결과로 보인다. 이날 노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해외 자문위원들과 만나 북한이 주장하는 ‘안보위협론’을 비판한 것도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시각을 수용한 결과라는 관측이 많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보유는 자신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위협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거나 과장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을 때 “핵무기가 자위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노 대통령의 태도가 북한의 핵실험 후 180도 바뀐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민주평통 해외 자문위원들에게 “북한이 진정한 의미에서 평화, 안전을 바란다면 무장력도 필요하겠지만 평화의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나친 무장력은 평화의 질서를 해치고 주변국의 신뢰를 해치기 때문에 오히려 안보에 더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북한 정권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 사업 관계자들과의 오찬에서도 변모된 대북 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 핵실험 사태를 해결하는 수단에 대해 “제재나 압력이라는 강경한 대응과 평화적인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두 가지 길이 있다”며 “어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전략적으로 두 가지 수단이 적절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대북 제재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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