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과는 없고 뒤탈만 많은 한미 정상회담

  • 입력 2006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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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미 정상회담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합의된 것은 없는데, 회담 내용을 놓고 한미 간에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 안에서조차 서로 다른 소리가 튀어나오니 갈등과 혼선만 커지고 있다.

북한핵 관련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포괄적 접근방안’만 하더라도 정부는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은 이를 부인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그제 “논의는 했지만 합의는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은 더 강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바뀌지 않은 것은 우리 정부가 거짓말을 했거나 회담 성과를 부풀렸음을 말해 준다.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해서도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어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환수시기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 와서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돌발사태가 걱정된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에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나눈 대화를 놓고 청와대와 이태식 주미대사가 벌이는 ‘진실게임’은 더 가관이다. 이 대사는 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북한의 주거래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미국의 조사를 조기에 끝내 주도록 요청했다”고 했고, 청와대는 대통령이 그런 말을 안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BDA 조사에 대한) 미국의 법 집행과 6자회담 재개 노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과 ‘조사 조기종결 요청’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청와대는 ‘대북 추가 제재를 정상회담 후로 미뤄 달라고 미측에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이 대사가 개인적으로 그런 요청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주미대사가 본국의 훈령도 없이 그렇게 했다니 소도 웃을 일이다. 과거 어떤 정권에서도 청와대와 일선 외교관이 회담 결과를 놓고 이런 식으로 맞붙어 망신을 자초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여당 사람들은 “우려와 불안을 날려 버린 회담”이라는 찬사를 쏟아 냈다. 이쯤 되면 거의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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