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권 환수 주변국 표정]日中러 “한미동맹 약화”

  • 입력 2006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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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따라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기정사실이 됐다. 두 나라 정상이 한국의 환수 원칙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전시작전권 환수는 한미 양국의 문제나 한반도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동북아의 정치 지형과 군사 역학을 뒤흔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3국의 전문가 및 국내 전문가들을 통해 3국의 시각을 들여다봤다.》

▶일본

“한국은 오로지 ‘국가 자존심’ 때문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실상 ‘너희가 하라’는 것이다. 2004년 이라크에 파병된 주한미군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으로 갔다.”(에바타 겐스케·江畑謙介 군사평론가)

“미국의 전시작전권 이양은 한국의 내셔널리즘에 미국이 징벌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해보시오’라고….”(오가와 가즈히사·小川和久 군사저널리스트)

한국의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에 대한 일본 군사전문가들의 시각은 차가웠다. 일본 전문가들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이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 방위청과 외무성에 근무했던 모리오카 사토시(森本敏) 다쿠쇼쿠(拓殖)대 교수는 “미국과의 공동작전이 아니면 한반도의 전쟁 억지력 효과는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 방위를 단념하고 주한미군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위대 간부인 자위관을 지낸 오가와 씨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일본만 잘 지키면 된다. 미국은 한국 국민의 태도에 따라 주한미군을 한없이 줄여도 일본에서만 든든히 받쳐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한국이 내셔널리즘적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주한미군 상당수가 빠져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바타 씨는 “공동작전에서는 정보를 가진 쪽이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전시작전권을 환수해도 결과적으로는 미군의 지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비행기 잠수함 등 겉보기에 멋지고 비싼 장비들만 장만하는데 레이더 등에 투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안보상황을 보는 시각과 일본의 국익을 바라보는 눈은 달랐다. 자위대를 강화하는 등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일본에 실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

오가와 씨는 “(전시작전권 환수로) 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더욱 일체화할 것이다. 미국은 일본을 거점으로 한국을 커버할 수 있다고 볼 것이며 지금까지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합친 기능을 일본에 둘 수 있다”며 “일본은 국가 자존심을 좀 구기더라도 미일동맹을 이용하자는 관점”이라고 분석했다.

모리오카 교수는 “미군 재편에 의해 일본으로 이주하는 미 육군 군단사령부가 주한미군의 작전지휘를 담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시작전권 환수는 중국과 동북아를 놓고 경쟁하고 싶어 하는 일본에 힘을 더해 주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동북아에서 일본의 주도권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중국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를 놓고 크게 갈등하고 있다. 만약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게 되면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 밀접했던 미국과의 관계는 앞으로 신뢰가 깊지 않은 관계로 이행하게 될 수 있다.”

한국 사정에 정통한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대학원 교수는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에 대한 한국 내의 갈등을 걱정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이 전시작전권을 회수한다면 미국보다는 한국이 더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관되게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주장해온 중국의 정책과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한국의 전시작전권 환수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일단 전시작전권 환수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이뤄지는 데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한미군이 궁극적으로는 기동타격대가 돼 대만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또 한국의 전시작전권 환수의 여파로 가속화되는 미일동맹 강화가 중국 견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시작전권 환수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이익이 더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이미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어차피 미국을 설득할 수 없는 만큼 중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한미 간극이 벌어질수록 중국도 한반도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이 (전시작전권 환수로) 외톨이로 떨어져 있으면 북한에 대한 유사시 개입 및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에 더 많은 틈을 주게 된다”고 내다봤다.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의 군부인사들은 대부분 북한 붕괴 등 한반도 급변사태시 중국이 당연히 개입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은 2003년 8월 대규모 병력을 북한과의 국경 근처에 배치해 북한 내부의 갑작스러운 변화 등에 대비한 도강(渡江) 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전면적 ‘샤오캉사회(小康社會)’ 건설 등 산적한 국내현안으로 고민하는 중국지도부가 한반도에 쉽사리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전시작전권 환수는 한미가 연합작전 개념으로 세운 북한 유사시 대비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북한이 한반도 유사시 한국이 아닌 중국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한중간 갈등이 빚어질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러시아

러시아는 한국의 전시작전권 환수를 ‘기회’로 보고 있다.

전시작전권 환수가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약화를 가져 온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와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전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아나톨리 츠가노크 모스크바 정치군사연구소장은 “미국이 쥐고 있던 전시작전권이 한국으로 환수되면 러시아로서는 장애가 하나 없어지는 셈”이라며 “북한과 이라크라는 동서 양쪽 외교에서 좀 더 유리한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출신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알렉산더 만수로프 교수가 지난해 7월 펴낸 ‘전략연구’에 따르면 러시아는 동북아지역에서 경제적 이익 증대를 위해 북한의 항구 사용권이나 영공통과권을 획득하고 철도 연결과 북한의 공장 재건 사업 등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국내 국책연구기관의 한 러시아 전문가는 “전시작전권 환수는 영토적 욕심이 있는 러시아에 이속을 차리게 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시작전권 환수로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약화가 중국의 영향력 증대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아나톨리 소장은 “전시작전권 환수에 따라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러시아에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바실리 미헤예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중국·아시아센터 소장은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은 북한에 개입할 것이다. 전시작전권 환수가 지금은 별 의미가 없지만 전시에는 진짜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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