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생각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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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KBS 특별회견에서 사행성 게임 문에 대해 사과했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검찰 사에 가이드라인을 주던 시대는 지났다”는 대통령의 말대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한미동맹, 경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나 다수 국민의 인식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음을 보여 줬다.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환수가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거론됐고, 그땐 언론들도 ‘칭송’했던 것인데 지금 와서 반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국방력이야말로 주권을 지키는 핵심”이라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외국에서 스카우트해 오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라는 요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안보환경은 훨씬 불안한 상태다.

북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고, 일본의 급속한 군사대국화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초강대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과의 패권 경쟁까지 예견되고 있을 정도다. 반면 한미관계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악화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안보에 관한 어떤 노선이나 정책도 재고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과거’를 들먹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미동맹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 대통령의 진단도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의 거의 모든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귀를 막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학자인 브루스 커밍스(시카고대 석좌교수)까지도 “한미동맹이 최악의 상태이고,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이렇게 안이해서야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무슨 의미 있는 논의를 할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은 물론 주변 국가들 모두가 회담을 주시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는 전기(轉機)가 되지 않으면 안 될 텐데 참으로 걱정이다. 전시작전권 환수도 일정을 못 박지 말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 놓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는 좀 다르다. 경제는 좋은데 민생이 나쁘다”고 했다. 경제가 좋으면 소비가 촉진되고 일자리가 생겨 민생이 좋아지는 법인데 어떻게 해서 둘이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경제만 해도 세계의 경제성장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이 3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산업생산, 소비, 경기선행지수 등 각종 지표도 모두 좋지 않음을 정부의 통계가 보여 주고 있다. 주가와 외환보유액이 괜찮다고 경제가 좋다는 대통령의 마음에 과연 서민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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