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직계’ 이젠 떼고 싶다…與 일부, 언제 친노였냐 돌변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제 이름 앞에 제발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 직계’란 수식어를 붙이지 말아 주세요. 전화를 걸어서 부탁할까도 했지만, 이왕 전화가 왔으니 부탁 좀 합시다.”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거취 문제가 논란이던 7월 31일. 김 부총리 진퇴에 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접촉한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A 씨는 이런 요청을 했다.》

A 의원은 “제가 이런 부탁을 하면 의리가 없다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이라며 몹시 겸연쩍어했다. 잠시 뒤 그는 “친노 직계란 단어가 계속 붙어 다니면 재선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고 노 대통령이 공격을 받을 때마다 친위대 역을 자임했다.

하지만 7월 28일 A 의원은 김 부총리의 사퇴 논란과 관련해 동료 의원 28명과 함께 “청와대는 당의 의견을 존중하라”며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의 ‘변신’이 보여주듯 열린우리당의 친노 직계는 이제 지리멸렬해졌다. 이들은 창당 초기 “‘완장’ 차고 다니며 군기반장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위세가 당당했지만 5·31지방선거 참패 이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언제 친노였느냐’는 식으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현 정부 초기 대통령정무비서관을 지낸 문학진 의원은 여당의 7·26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참패 후 “모든 문제의 근원이 대통령에게 있지 않은가라는 당내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노 직계 모임을 표방해 한때 ‘독자 원내교섭단체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의원들이 모여들었던 ‘국민참여연대’에 현역 의원은 정청래 의원 한 사람만 남았다.

또 다른 친노 모임인 ‘참여정치실천연대’는 모임 해체 방안을 포함해 노선과 진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대통령의 직계 그룹들이 대통령 퇴임을 전후해 몰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도 정권이 끝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상도동 동교동계 사람들은 대체로 본인의 출신을 부정하지는 않는 데 비해 친노 직계는 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았는데도 선 긋기를 시도하고 있다. 친노 직계의 몰락과 자기부정은 그래서 더욱 눈에 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