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순 싱가포르 간 건 北도피자금 때문”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북한은 미국이 마카오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자 싱가포르의 한 은행으로 거래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이 은행을 ‘북한 불법자금 관련 요주의 은행 명단’에 올리고 조사 중이다. 또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전후해 2차례나 싱가포르를 방문한 것도 이 은행에 대한 미 재무부의 조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싱가포르가 새로운 도피처=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소식통은 최근 “미 행정부가 마카오의 북한자금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북한이 싱가포르로 거래처 변경을 시도했고, 도피처는 싱가포르의 소규모 소매은행인 ○은행”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 관계자도 3일(미국 시간)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은행은 문제가 많은 은행(problem bank)”이라며 “이 은행은 미국 정부가 관리하는 (북한 관련) 요주의 은행 명단에 들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의 자금 추적을 피하려고 자금 분산을 시도했고, 국제 금융도시인 싱가포르가 그 도피처의 하나라는 점을 공식 확인해 준 것이다.

▽백남순 미스터리=○은행과 북한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백남순 외무상이 ARF(7월 28일)를 전후해 싱가포르를 두 차례 방문한 배경도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평양을 출발한 백 외무상은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해 싱가포르에서 1박 2일을 지낸 뒤 27일 오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백 외무상이 신장투석을 받았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백 외무상은 귀로에 3일간(8월 1∼3일)이나 싱가포르에 머물면서 정부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백 외무상의 싱가포르 체류가 ○은행과 관계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보는 것이 논리적(logical)이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위조 달러 수사는 북한인이 협조했다=미 정부는 지난해 체포한 북한인 1, 2명의 진술을 통해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및 유통 구조를 상당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상반기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 항구와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에서 대만계 폭력조직인 삼합회 조직원 87명을 체포했다. 위조 달러 및 가짜 담배 밀수혐의였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87명 중에 북한인들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들은 수사에 협조했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