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보리 결의안 과잉대응 논란

  • 입력 200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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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놓고 정부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일본이 군사조치 가능성을 담은 유엔헌장 7장을 근거로 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것을 문제 삼자 미국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일본에 대한 비난이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헌장 7장 논란=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일본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결의안에서 ‘유엔헌장 7장에 따라’라는 부분이 삭제된 결의안이 ‘적절한 수준의 대북 강경 메시지’라고 밝혔다. 군사 조치가 가능한 유엔헌장 7장 부분만 빠지면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일단 차단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지난주 한국 정부에 이번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유엔 회원국이 군사 조치를 취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을 사전에 자세히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이번 결의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일본에 밝힌 것은 ‘과잉 대응’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실제 군사 조치가 이뤄지려면 이번 결의안의 본문 조항에 없는 ‘무력 사용’ 조항을 담은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번 결의안이 장기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 조치의 문을 열어 놓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절차상 이번 결의안의 채택이 ‘무력 사용’ 조항이 포함된 다음 결의안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반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유엔헌장 7장이 포함된 결의안이 장래의 (군사 조치) 가능성을 포함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 각료들의 ‘대북 선제공격론’ 제기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력 사용’ 조항이 포함된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할 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너무 일찍 일본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열린우리당 내 ‘본말 전도’ 비판=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정부가 일본의 대북 대응 방식에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선 데 대해 12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 등에서 “미사일 발사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북한을 비판하기보다 이에 대응하는 일본을 비판하는 것이 엉뚱하게 비칠 수 있는 측면을 염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이 최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 ‘일본이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고 한 데 대해서도 “각 나라는 주권을 갖고 있는데 설사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절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독도 영유권 문제나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 국민 정서와 얽힌 역사 문제와 동일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도 이날 “일본에 대해 외교적으로 덜 세련되게 행동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대일관계엔 브레이크가 없어 한일관계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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