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대포동2호’ 42초만에 동해 추락

  • 입력 2006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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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봉호 日 입항 못한채 北으로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5일 오후 북한의 여객화물선 만경봉92호가 일본 정부의 입항 금지 결정에 따라 일본 니가타 항에서 승객만 내려 준 채 다시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니가타=연합뉴스
만경봉호 日 입항 못한채 北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5일 오후 북한의 여객화물선 만경봉92호가 일본 정부의 입항 금지 결정에 따라 일본 니가타 항에서 승객만 내려 준 채 다시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니가타=연합뉴스
북한이 5일 미사일 7발을 잇달아 시험발사한 뒤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미사일의 기종과 궤도, 낙하지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특히 북한이 대포동2호를 비롯한 사상 최대 규모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배경을 분석하는 한편 추가 발사 등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시험발사의 결정판=북한은 이날 미사일 시험발사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큼 각종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첫 번째 미사일이 발사된 시간은 이날 오전 3시 32분경. 강원 안변군 깃대령 발사시험장에서 스커드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이 동해상으로 발사됐다. 스커드는 사거리가 300∼500km로 1980년대 후반부터 실전 배치됐으며 남측 전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하다.

30여 분 뒤인 오전 4시 4분에는 같은 시험장에서 사거리가 1300km로 일본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1호가 발사됐다.

이어 약 1시간 뒤인 오전 5시 1분에는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시험장에서 대포동2호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됐지만 42초 만에 동해상에 추락했다.

북한의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 상황이 일본 NHK 방송의 특종보도에 이어 CNN 등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충격파가 확산됐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2시간쯤 뒤인 오전 7시 12분부터 30분에 걸쳐 스커드나 노동1호로 추정되는 미사일 3발을 발사한 데 이어 오후 5시 22분에도 스커드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발사한 스커드와 노동1호 미사일이 일본 북단 홋카이도(北海道) 서쪽 500∼600km 지점과 니가타 서북쪽 700km 해상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대륙간탄도탄은 실패=이날 발사된 미사일 중 대포동2호는 미국 알래스카는 물론 개량형의 경우 미 본토까지 도달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돼 발사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대포동2호는 시험발사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1998년 8월 말 대포동1호의 시험발사 이후 승승장구하던 북한의 미사일 기술력이 한계를 드러냈고 ‘미사일 강국’의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한미 정보당국은 대포동2호가 발사 직후 탐지레이더에서 갑자기 사라진 점으로 미뤄 공중 폭발했거나 추진체가 분리되지 못한 채 바다에 추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 실패의 원인에 대해선 우선 엔진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8년 전 대포동1호 시험발사 뒤 사거리 연장을 위해 엔진 연소 실험에 전력투구했지만 결국 ICBM급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에 필요한 기술 습득에 실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또 미사일 추진체에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결함이 생겼거나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 성패를 가늠하는 추진체 분리 기술이 여전히 불안정해 실패로 귀결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북한이 ‘제한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발사 직후 중요한 미사일 데이터만 입수한 뒤 실패로 포장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을 직접 겨냥해 발사할 경우 초래될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발사 자체만으로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려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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