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對北정보수집 능력 100:1…美 700㎞상공서 ‘10㎝’ 식별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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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에도 지상 600∼700km 상공에는 미 공군 우주사령부가 운용 중인 정찰위성 KH-12가 돌고 있다. 이 위성에 탑재된 전자광학카메라는 지상에 있는 1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한국이 운용 중인 다목적 실용위성 1호도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 그러나 해상도가 6m 이상이고, 관측지역 상공을 정확히 지나가지 않으면 해상도가 10m 이상까지 떨어진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정보수집 능력 차이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북한 미사일 사태가 불거지면서 한국이 안고 있는 대북 정보수집 능력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가 촉발된 이후 한국 정부와 군은 첨단 군사장비를 활용하는 미군의 첩보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에 위치한 미사일 발사시험장의 모든 상황은 미 정찰위성이 촬영한 사진이 유일한 정보다. 이 위성이 촬영한 흑백사진들은 지구궤도의 통신위성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 국가정찰국(NRO)으로 전송된다.

또 주한미군의 U-2 고공 전략정찰기가 지상 25∼30km의 성층권에서 고성능 카메라로 북한 내륙 깊숙한 지역의 군사시설들을 촬영하고 있다. 이 사진들은 실시간으로 한미연합사 지하벙커의 스크린에 뜬다.

한 차례 비행에 약 100만 달러가 소요되는 U-2기는 연간 200여 회 이상 대북 정찰비행을 실시하며 미사일기지를 비롯한 북한 전역의 유무선 통신도 감청한다.

한국군도 북한의 신호정보와 영상정보를 각각 수집하는 ‘백두’와 ‘금강’ 정찰기를 몇 대 운영 중이지만 정찰범위와 수집 정보가 제한돼 있다.

미국은 이외에도 라크로스 정찰위성에 탑재된 합성개구레이더(SAR)로 야간이나 악천후에 상관없이 1m의 해상도로 지상을 관측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일본도 해상도 1m급의 정찰위성을 여러 기 운용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된 RC-135 정찰기는 적외선 센서와 첨단 광학카메라를 탑재해 북한 미사일의 발사 징후는 물론 발사 후 궤적과 낙하지점을 정밀 추적할 수 있다.

이 밖에 북한 군사시설의 각종 무선 레이더 주파수를 추적하는 데는 미 해군의 EP-3 정찰기가 동원된다. 동해상에 배치된 미국의 이지스함과 주일미군의 미사일 관측용 옵서베이션 아일랜드호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와 같은 첩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한국은 합동참모본부 예하의 대북감청부대가 북한 지역의 유무선망을 감청하는 정도다.

이렇게 현격한 정보수집능력 차이 때문에 한국군은 전략정보의 100%를, 전술정보의 70%를 주한미군으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대북 신호정보와 영상정보의 대미 의존율도 90% 이상에 이른다.

따라서 미국이 대북 극비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하거나 제공을 꺼릴 경우 한국군의 대북정보망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군 관계자는 “한국군이 미국의 조기경보기능과 정보자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5년 남짓한 기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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