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 의장 사퇴…김근태 의장직 승계 유력

  • 입력 2006년 6월 1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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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일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일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일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2·18 전당대회를 통해 취임한 이후 104일 만이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은 창당 2년 5개월만에 8번째 의장 사퇴 상황을 맞게 됐다.

정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질책을 무겁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당 의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정동영의장 사퇴

그는 이어 "어느 때보다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의장직을 떠나는 것이 최선이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 같은 참담한 결과에 대해 당 의장으로서 책임지지 않는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정 의장은 열린우리당에 대해 "결과적으로 우리당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고 선거 결과를 평가한 뒤 "그러나 실패보다 무서운 것은 좌절이며,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백의 종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의 후임은 당헌 당규에 따른다면 전당대회에서 차점 득표한 김근태 최고위원이 맡아야 한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이 지도부 일괄사퇴와 의장직 승계를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고, 당 지도부도 현 지도체제 유지와 비상지도부 구성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

정 의장이 사퇴회견을 갖는 동안 김근태, 김두관 김혁규 조배숙 최고위원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 5명은 영등포 당사에서 후임 의장 문제를 놓고 난상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5일 오후 2시 최고위원회의와 국회의원과 중앙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다시 후임 의장 문제를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질서있게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 정 의장의 뜻이었다"면서 "그러나 김근태 최고위원은 참담한 여당의 패배에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과 모든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것이 당 수습에 도움이 되느냐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정 의장은 31일 밤 김근태 최고위원을 만나 "당의 표류를 막기 위해서는 김 최고위원이 승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우 대변인을 밝혔다.

한편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두관 최고위원은 "엄중한 상황에서 굳이 책임을 지도부가 져야 한다면 전체가 지는 게 맞겠지만 지도부 일괄사퇴보다는 당규약에 따라 김근태 최고위원이 승계하는 것이 당의 혼선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혁규 최고위원은 "사상 최악의 여당 참패 상황에서 지도부 전원이 일괄사퇴해야 한다"며 "다 같이 사퇴하자는 이야기를 내가 하기는 곤란하고 나는 사퇴할 생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1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5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3명이 사퇴할 경우 현 지도체제는 자동 해산되고, 당헌 당규에 따라 지도부를 재구성해야 한다.

유인태 의원 등 당 중진들은 김근태 최고위원의 승계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가 의장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여러분의 질책 겸허하게 반성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지금 이 순간 현애철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兒 :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장부로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땅덩이에서 손을 탁 놓아버리는 것이 대장부라는 뜻으로 백범 선생이 윤봉길 의사께 써주신 글귀입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놓고 겸허하게 반성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2월 전대에 임하면서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약속하고 당의장이 됐습니다.

당시 저를 생각하는 많은 분들은 만류를 했습니다. 그동안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요새는 초여름 꽃이 피고 신록이 지는 것 볼 틈도 없었습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발로 뛰었습니다.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일으키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결과적으로 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선거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당의장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아직 신발끈도 풀지 못한 상태이지만 물러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최소한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당이 어려울 때 당을 버리는 것이 최선이냐는 여러분의 우려도 있었습니다. 저도 가슴 아픕니다. 그러나 이같이 참담한 결과에 대해 당의장으로 책임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닙니다. 당원 동지 국민 여러분의 아량을 구합니다.

끝으로 선거 패배의 책임은 당을 이끌고 진두지휘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검증된 후보들이 낙선한 것은 저의 책임입니다. 아까운 분들이 이번 선거 결과로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지만 열린우리당이 지향해 온 평화 민주 국민통합 가치는 결국 포기할 수 없습니다.

국민은 우리를 주의 깊게 보실 것입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절절한 각오로 고통을 밑거름으로 새 희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것이 국민이 주신 결과에 제대로 답하는 길입니다.

저 또한 백의종군하겠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겠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끝까지 힘을 다해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끝까지 열린우리당에 끈을 놓지 않고 지지해 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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