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69:0… 民心은 여당을 버렸다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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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에서 광역단체장 3곳은 물론 기초단체장 66곳 중 단 한 곳에서도 이기지 못했다.

광역단체장 3곳의 득표율도 한나라당이 60%대라는 초유의 기록을 올린 데 비해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20%대에 그쳐 영남 지역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전체 유권자의 48.1%(1784만 명)를 차지하는 수도권은 역대 각종 선거에서 전체 판도를 좌우하는 심장부. 여권은 무엇보다 ‘수도권 전멸’이란 결과에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영남에서의 패배는 지역 구도 탓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수도권 전패는 민심이 현 집권세력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의 수도권 궤멸은 집권 3년여 노무현 정부의 국정 운영을 평가하는 ‘중간선거’의 성격을 띠는 이번 선거에서 민심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정부가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행정수도 이전 등의 정책을 추진한 데 따른 수도권 주민들의 불만도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부동산 정책 역시 수도권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 민심의 대대적 이반은 예견됐던 일이다.

구조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민주당과의 분당,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수도권 내 호남 출신 및 진보 성향의 표가 분산되면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일대일 맞대결 구도를 만들어내기 어려웠다.

선거 막바지에 ‘한나라당 싹쓸이론’을 들고 나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일찌감치 패배를 자인함으로써 지지층이 결집된 게 아니라 오히려 사표(死票) 심리가 작용해 투표를 포기하거나 민주당, 민노당으로의 표 분산 효과가 강해지는 양상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집권당으로서는 사상 최악의 참패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은 수도권의 109개 의석 중 76개 의석을 얻어 승리했고,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보다 72만 표가 더 많은 583만 표를 얻었다. 이는 57만 표 차로 당락이 갈린 대선에서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민주당이 참패하고 한나라당이 완승했던 2002년 지방선거 때조차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기초단체장 9곳을 건져 전패까지 당하지는 않았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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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청장 25명 모두 한나라당서 휩쓸어▼

서울지역 구청장 25명을 뽑는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완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1일 0시 반 현재 25개 구 전체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1위를 달렸고 이 중 22개 구에선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50%를 넘었다.

특히 ‘강남’으로 분류되는 서초(76.0%) 강남(77.1%) 송파(58.3%) 강동구(72.4%) 중 3곳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70%를 넘었다. 여기엔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2년 지방선거 때보다 한나라당이 월등히 압승한 것. 당시엔 야당인 한나라당이 22곳에서 이겼고 여당인 민주당의 당선자는 3명에 불과했다. 이때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22개 구의 평균 득표율은 56.4%였다. 이번 서울지역 각 구의 한나라당 평균 득표율은 이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1998년 지방선거에선 당시 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서울지역 19개 구에서 승리해 5개 구에서 당선된 한나라당을 눌렀다. 1995년 지방선거에선 야당인 민주당이 23개 구에서 당선됐으며 여당인 민자당 후보 당선자는 단 2명에 그쳤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득표율은 1일 0시 현재 61.2%로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26.8%)보다 34.4%포인트 높았다. 투표자 수로는 40만 명 이상 차가 난다.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인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됐던 이명박 시장(52.3%)과 2위를 차지한 민주당 김민석 후보(43.0%) 간 득표율 차인 9.3%포인트의 3.7배에 이른다.

또 2004년 총선에서 서울지역의 열린우리당 득표율(42.9%)도 이번 오 후보의 득표율에 18.3%포인트나 뒤진다. 당시 한나라당의 득표율은 41.3%로 오 후보는 이번에 이를 19.9%포인트 끌어올린 것이다.

오 후보의 득표율은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서울지역 득표율(51.3%)보다도 9.9%포인트 높은 수치. 오 후보와 강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시간이 가면서 계속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는 강 후보를 5∼15%포인트 정도 앞섰다. 본보의 5월 2일 조사에선 두 후보 간 격차가 18.0%포인트로 조금 더 벌어졌고 20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이 벌어진 직후 실시한 조사에선 격차가 32.4%포인트로 늘어났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경기, 한나라 2곳 빼고 1위…與 경합도 없어▼

경기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1일 0시 30분 현재 한나라당 후보가 31개 시군 중 29곳에서 선두를 달렸고, 무소속 후보는 가평 양주 2곳에서 우세를 보였다.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변변한 경합지역도 없을 정도였다.

2002년 대선에서는 분당 일산 과천 등 7곳을 제외하고 24곳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앞섰다. 2004년 총선 때도 49개 선거구 중 15곳에서만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를 시종 ‘60% 대 30%’ 정도의 득표율로 리드했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득표율 차가 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거둔 ‘이례적 압승’은 경기도 유권자들의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반(反)열린우리당’ 정서는 물론 구조적 악재들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선 경기도에 대한 정부의 ‘차별론’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여권은 경기도에 산재해 있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대신 공장이나 대학설립 등의 규제를 조만간 해제해 주겠노라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과로 나타난 것은 없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수도권 중소기업의 법인세 감면혜택을 없애려고 했다가 지역 기업인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은 3만5000여 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부동산 정책도 거부감을 사고 있다. 3년 전부터 일부 도서지역 등을 뺀 경기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실거래가 신고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각종 세금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신도시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1080만 인구 중 4분의 1이 넘는 300만 명가량이 ‘신도시 인구’로 분류되는 것도 열린우리당엔 마이너스다. 이곳에는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성향의 중도보수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인천, 10곳중 9곳 한나라후보 40~60% 득표▼

인천지역도 한나라당이 광역과 기초단체장 모두 압승을 거뒀다.

1일 0시 현재 인천지역의 기초자치단체 10곳 중 강화군을 제외한 9곳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40∼60%대의 득표율을 기록해 당선이 유력하다. 특히 한나라당이 우세한 9곳 중 8곳은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50%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후보는 10∼30%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한나라당의 이번 선거 결과는 2002년 지방선거 때 거둔 성적 이상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기초자치단체장 10곳 중 8곳에서 승리했다. 이번 압승으로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 당시 인천지역에서 저조했던 지지율(38.9%)을 만회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과거 대선 및 총선에 비해 참담할 정도로 패배했다. 2004년 총선 당시엔 인천지역 10개 기초자치단체 중 7곳에서 높은 지지를 얻어 한나라당을 따돌렸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단 한 명의 기초자치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했다. 또 2002년 대선 당시 인천지역의 지지율인 49.4%에도 크게 못 미쳤다.

8년 만의 ‘리턴매치’로 주목을 끈 인천시장 선거도 예상대로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가 큰 득표 차로 당선됐다.

안 후보는 개표 내내 60%대의 득표율을 유지하며 열린우리당 최기선 후보를 40%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안 후보의 득표율은 2002년 인천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될 때 거둔 55.3%보다 높았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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