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개성공단 험담은 내정간섭”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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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자유를” 美의사당 앞 시위지난달 28일 오후 미국 의회 앞에서 열린 ‘북한 자유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제이 레프코위츠 미 북한인권담당특사, 수전 솔티 디펜스포럼 회장,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 탈북자 김한미 양 가족 등 200여 명이 참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북한에 자유를” 美의사당 앞 시위
지난달 28일 오후 미국 의회 앞에서 열린 ‘북한 자유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제이 레프코위츠 미 북한인권담당특사, 수전 솔티 디펜스포럼 회장,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 탈북자 김한미 양 가족 등 200여 명이 참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정부는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인권담당특사가 최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과 인권 문제 등을 제기한 데 대해 30일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납북자와 탈북자 가족을 만난 데 대해서도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대북 인권정책을 둘러싼 한미 갈등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형국이다.

▽‘내정간섭’ 반발=정부 당국자는 이날 레프코위츠 특사가 28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에 대한 ‘노동착취’ 등의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 “편파적이고 왜곡된 시각으로 개성공단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당국자는 레프코위츠 특사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자 이에 제동을 걸려는 미 강경파의 대표적 인물”로 규정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레프코위츠 특사가 북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미 당국자들과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이날 협의를 거쳐 레프코위츠 특사의 문제 제기를 방치할 경우 개성공단에 해외 기업의 입주를 추진하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강경 대응 방침을 정했다.

이는 또 부시 대통령이 최근 탈북자 및 납북자 가족들을 직접 만나면서 국제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에 개성공단까지 끌려 들어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북한 정부가 하루 2달러 미만의 임금을 받는 북측 근로자에게서 임금 일부를 공제하고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는 대북 지원이 김정일(金正日) 정권 유지에 기여하며 △북측 근로자에 대한 노동 착취의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의 임금은 북한 다른 지역보다 높고 노동환경은 국제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며 “모니터링 문제 제기는 사실상 북한 주민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는 반인도주의적 태도”라고 반박했다.

▽미 강경, 6자회담과 중간선거 때문=부시 대통령이 납북자 가족 등을 만나 강력한 대북 인권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은 6자회담에 거는 기대가 줄어든 것과 무관치 않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소장은 최근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부시 행정부는 결론지어 가고 있다”며 백악관 핵심부의 속내를 공개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도 강경한 대북 인권정책 부상의 한 요인으로 본다. 백악관이 36%라는 낮은 지지율 때문에 공화당 지지자들의 원칙주의에 부합하는 대북 강경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북한 인권행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측의 개성공단 문제 제기를 ‘내정간섭’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데는 미국 측에 대한 총체적인 불만이 녹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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