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北가족 애끓는 사연 끝이 없어요”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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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가족을 생각할 때면 어린아이가 됩니다. 55년간 전화 한 통, 편지 한 통 하지 못했습니다.”(75세 할아버지)

“북한에 내 막내 여동생이 살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 살아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91세 할아버지)

지난달 27일 미국 하와이 주 호놀룰루 퍼시픽클럽에서 열린 ‘샘소리 하와이 기자회견’.

북한에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애끓는 사연에 회견장이 금세 숙연해졌다. 샘소리는 미국 내 한인과 북한 가족 간 상봉을 돕기 위해 2월 워싱턴에서 발족한 단체. 대북 의료 지원 활동을 벌여 온 유진벨 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다. 미국 내 한인 약 200만 명 중 이산가족은 30만∼50만 명.

이 행사를 주도했고 하와이 교포들의 ‘이산가족 상봉의 꿈’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샘소리 자문위원 재니스 고(고은선·高恩善·49·사진) 씨를 21일 호놀룰루에서 만났다. 미국 국무부의 각국 전문가 초청 행사인 ‘국제 방문자 리더십 프로그램(IVLP)’의 일정 중 하나로 그와 면담한 것.

고 씨 역시 이산가족이었다. 고향은 북한이 아니지만 6·25전쟁 중에 헤어진 80세 고모가 북에 있다. 물론 생사조차 알 수 없다.

“이산가족에게 북한은 잃어버린 자녀의 얼굴, 어린 시절의 향수가 있는 고향, 찾아볼 부모의 묘지일 뿐이라는 것이 샘소리의 정신입니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청원을 할 때도 ‘이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삼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의 ‘비정치성’은 남북 분단의 아픔이 녹아 있는 가족사에서 연유했는지 모른다. 한때 그의 삼촌은 일본에서 남한 쪽 민단 활동을 했고, 외삼촌은 북한 쪽 총련 소속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샘소리의 의미를 물었다. 샘소리 홈페이지(www.saemsori.org)에도 구체적 설명이 없었고, 미국 언론들은 ‘남북을 가로질러 흐르자는 것’ ‘이산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는 뜻’ 등으로 제각각 해석하고 있었기 때문.

“주인 없는 바가지가 놓여 있는 샘물은 목마른 사람이면 누구나 마실 수 있잖아요. 남이든, 북이든 상관없이….”

그의 해석이 제일 그럴듯했다.

호놀룰루=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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