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권대사의 북한 인권觀 문제 있다

  • 입력 2006년 1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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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정부 인권대사는 그제 북한 인권에 관한 세미나에서 “한반도 평화권(平和權)이 다른 인권보다 먼저 성취돼야 한다”며 “유엔에서마저 인권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정치공세’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작년 11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식량이 없어 굶어 죽는 (북한) 사람의 정치적 시민적 권리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균형 잃은 태도”라고 했다. 2004년 5월에는 “인권문제는 북한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북한 스스로 풀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북한 정권과 남한 내 친북 좌파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박 씨의 견해는 우선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그는 ‘평화권’부터 성취해야 한다지만 인권과 평화권이 선택적인 것이란 말인가. 인간답게 살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평화권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북한의 인권 개선을 말하면 전쟁이라도 난다는 말인가. 북한 정권은 입버릇처럼 ‘민족끼리’를 외친다. 그 ‘민족’에는 2300만 북한 주민이 포함되고, 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진정한 ‘민족끼리’ 사는 길이라고 설득하면 평화가 사라진단 말인가.

박 씨는 1988년부터 최근까지 26번이나 북한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주민들을 보았을 것이다. 고통 받는 그들이 자신의 부모요, 자녀들이라고 해도 ‘우선 평화가 중요하니 참고 기다리자. 그러다가 죽어도 어쩔 수 없지 않는가’라고 할 것인가. 벌써 수십 년을 기다렸고, 경제적으로도 도울 만큼 도왔지만 사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유엔이 나서고, 미국이 북한인권법까지 만들었겠는가.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투쟁한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는 게 이 정권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미국이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현 정권의 주역들이다. 그런 정권의 인권대사가 북한 주민을 외면한 채 김정일 정권의 대변자 역할에 앞장서니 국제사회가 한국을 ‘이상한 나라’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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