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전문가 15명이 평가한 ‘盧정부 외교성적표’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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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15명은 7∼11일 본보가 실시한 긴급 e메일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대미 외교정책의 점수를 ‘C+를 조금 웃돈다(2.51점)’고 매겼다. B― 학점과 C+ 학점의 중간 정도에 그쳤다. 또 한국의 대외정책은 대중국 외교가 B(2.94)로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은 반면 최근 한일 간의 외교 갈등 때문인지 대일본 외교에는 C―(1.9)의 낮은 점수가 매겨졌다. 그러나 응답은 A(4.0)에서 D―(0.7)까지 편차가 심해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북한의 위협,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데일리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외교문제는 기대를 초과 달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대학성적표 방식’의 평가를 부탁해 이뤄졌다. 수치화한 성적은 4.3(A+)이 만점으로 A―에는 3.7, B+에는 3.3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산술평균을 계산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미 양국간의 진솔한 대화 채널 구축과 동맹의 구체적 이익에 대한 공감대 만들기, 그리고 국내정치용 발언 배제를 주문했다. 또 반미감정이나 워싱턴의 반한 기류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동맹의 근간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다만 미 국방부가 한국을 보는 눈이 전례가 없을 만큼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복수로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책평가=설문조사 결과는 일단 노 대통령의 자평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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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체임벌린 한미컨설팅 대표 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연구원이 유일하게 A학점을 줬다.

B―를 준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돌파구를 못 만들었고 워싱턴은 멀어졌고, 중국과만 좋다”고 평가했다. 발비나 황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말하는 한미 간 협력, 가치 공유라는 말이 공허하게만 들린다”며 “한국과 미국 모두가 동맹으로 얻는 국가 이익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국민의 지지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재단의 래리 워츨 부회장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일을 하겠다는 한국의 태도가 불신을 사고 있고 ‘동북아 균형자론’은 미국보다 중국에 미래를 걸겠다는 뜻으로 워싱턴에 비쳤다”고 말했다. 그는 B―를 줬다.

로버트 듀자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가장 낮은 D학점을 줬다. 그는 “한국이 부시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과 북한의 붕괴를 막으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북한 인권이나 핵 확산 억제를 위한 미국의 노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강 다트머스대 교수는 구조적 접근을 시도했다. 그는 “중국의 부상과 북한 끌어안기에 나선 한국, 그리고 테러 방지를 최우선시하는 미국의 관점은 근본적으로 틀어졌다”며 “냉전식 동맹은 흘러간 만큼 새로운 현실에 맞는 동맹관계 조성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했다.

햇볕정책 지지자라고 밝힌 스티븐 코스텔로 프로글로벌 대표는 “참여정부 출범 당시 부시 행정부가 보여준 적대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지금의 한국 외교는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B+를 줬다. 체임벌린 CSIS 객원연구원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는 미지수지만 노 대통령이 국민 정서를 정책에 반영하려 했다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며 A학점을 매겼다. 하지만 그 역시 “국내정치 요소를 대외정책에서 배제하라”고 주문했다.

▽반미(反美)감정, 반한(反韓)정서=한국 내 일부 반미정서의 존재가 새로운 뉴스가 아니지만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반미 기류의 부정적 효과에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미 국방부의 한국관은 우려할 만하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는 “국방부가 한미동맹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며 “이런 동맹피로현상은 불행한 것이며 파괴적”이라고 말했다. 반미기류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다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B 씨는 “반미감정은 반미운동이 생업인 사람들이 부각되면서 부풀려졌다”며 “한국의 여야 정치권이 모두 정치논리를 개입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피터 벡 국제위기기구(ICG) 동북아사무소장은 “반미감정은 한국 언론에 의해 과장된 것”이라며 “주로 부시 대통령이나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감이기 때문에 유럽이나 라틴아메리카의 반미감정과 다를 게 없다”고 해석했다. ▽대일외교는 ‘최악’, 대중외교는 ‘무난’=바람 잘 날이 없었던 대일외교는 최하점을 받았다. C―. 응답자 7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가 B―였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한국이 국익을 해쳐가며 역사문제에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부시 행정부의 일본우대정책이 한국 민족주의 정서의 한 요인이 됐다”(코스텔로 대표)는 평가도 있었다.

중국과의 관계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나왔다. 다만 듀자릭 연구원은 “중국이 한국에 필요한 만큼 중국도 대만문제 때문에 한국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에 저자세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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