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선거 이후]靑 “내탓이오”…술렁이는 與圈

  • 입력 2005년 10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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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圈27일 홍종기 주필리핀 대사에게 신임장을 준 뒤 대화를 나누는 노무현 대통령(왼쪽 사진)과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나온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의 표정이 밝지 않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끝난 재선거 결과에 대해 이날 ‘내 탓’이라고 자책했고, 문 의장은 ‘유구무언’이라고 했다. 석동률 기자
與圈
27일 홍종기 주필리핀 대사에게 신임장을 준 뒤 대화를 나누는 노무현 대통령(왼쪽 사진)과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나온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의 표정이 밝지 않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끝난 재선거 결과에 대해 이날 ‘내 탓’이라고 자책했고, 문 의장은 ‘유구무언’이라고 했다. 석동률 기자
10·26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은 27일 지도부 사퇴 문제로 하루 종일 술렁였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이번 재선거 결과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며 ‘자책론’을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은 동요하지 말고 정기국회에 전념해 달라. 개인적인 견해와 이견이 있더라도 당의 갈등으로 확대돼 국민에게 우려를 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재선거 패배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으니 문희상(文喜相)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는 메시지지만 당내에서는 지도부 사퇴 주장이 가라앉지 않았다.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지하는 재야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의 정체성 혼란이 잇따른 재·보선 참패의 결과를 낳았다”며 당 지도부의 총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나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운데)가 27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국회의원 재선거 당선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강재섭 원내대표, 유승민(대구 동을) 당선자, 박 대표, 정진섭(경기 광주) 임해규(경기 부천 원미갑) 당선자. 윤두환(울산 북) 당선자는 이날 울산 공항 비행기가 안개 때문에 결항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경제 기자

재야파 중 하나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연)’ 소속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모임을 갖고 민평연 소속인 장영달(張永達) 상임중앙위원이 우선 자진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장 위원의 사퇴를 지렛대로 해 조기 전당대회 소집을 이끌어내겠다는 것.

신기남(辛基南) 전 의장이 이끄는 ‘신진보연대’도 이날 집행위원회를 열고 당의 인적 쇄신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민평연의 움직임은 김 장관의 뜻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고, 장 위원도 “사퇴 요구를 받았으나 나라를 위해 무엇이 올바른 일인지 고심하고 있다”며 즉각 사퇴할 뜻을 밝히지는 않았다.

한동안 사퇴설이 돌았던 유시민(柳時敏) 상임중앙위원도 주변 인사들에게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가만히 있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친노(親盧) 직계 진영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대체로 노 대통령의 의중대로 현 지도부의 유임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의 참모 출신인 서갑원(徐甲源) 의원은 “국회의원 4명을 뽑는 재선거에서 패했다고 해서 지도부가 물러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여권 핵심부가 ‘문희상 체제의 현상 유지’를 선택한 것은 노 대통령과 차기 대권주자인 정 장관과 김 장관, 문 의장 등 4인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당 지도부가 붕괴되고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면 차기 대권 경쟁을 염두에 둔 각 계파 간 ‘혈투’가 벌어져 여권 전체가 자중지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 같은 상황은 곧바로 조기 레임덕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 김 장관 역시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당의 전면에 나설 이유가 없다. 당의 간판을 맡았다가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 정 장관은 이날 측근을 통해 “당이 현명하게 대처하리라 믿는다”며 일정한 거리를 뒀다. 김 장관 역시 26일 당 복귀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여권 핵심부는 일단 정기국회가 끝나는 올해 말까지 현 지도체제를 유지한 뒤 개각을 포함한 여권의 진용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반 의원들의 불만과 위기감이 갈수록 팽배해 가는 것도 사실이다. 28일 중앙위원-국회의원 비상연석회의와 29일 노 대통령과 당-정-청 핵심 12인 회의 등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지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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