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또 당시 국정원이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해 노동조합 간부들의 동향 파악을 위해 이들의 전화 통화도 도청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또 최규선(崔圭善) 씨가 같은 시기 DJ의 3남 홍걸(弘傑) 씨와 가깝게 지내며 각종 이권에 개입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들의 휴대전화 통화도 도청했다는 진술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국정원이 현직 대통령의 아들까지 도청했다는 것이 드러나 이번 사건의 파문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 씨와 홍걸 씨는 2년 뒤인 2002년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건(이른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검찰은 또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형제 간 경영권 분쟁 등과 관련해 당시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 등 현대그룹 관계자들의 전화 통화도 도청했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은성(金銀星·구속) 국정원 전 국내담당 차장과 감청담당 부서인 8국(과학보안국) 전현직 직원들에게서 이 같은 도청 사례에 관한 진술과 관련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
김 전 차장 등은 검찰에서 당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과 관련해서는 (불법)감청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같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과 관련된 도청은 국정원 내 대북담당 파트인 3차장 산하에서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같은 도청 사례 중 관련 증거가 확보된 몇몇 사례를 26일 기소하는 김 전 차장의 공소장에 적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차장의 공소장에 임동원(林東源) 신건(辛建) 당시 국정원장과의 공모 여부 등을 기재할지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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