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씨 남북협력기금 유용 파문]“北도 복귀요구 못할것”

  • 입력 2005년 10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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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 현대그룹 최고위 관계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개인 비리에 대한 대외비 내부감사 보고서를 동아일보가 통째로 입수해 이날 진위를 최종 확인했다는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사장을 겸임하는 최용묵(崔容默)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이 사실을 즉시 현정은 회장에게 보고했다.

현대그룹은 현 회장 주재로 최 사장, 윤만준(尹萬俊) 현대아산 사장, 노치용(魯治龍) 그룹 홍보담당 전무 등 핵심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3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 끝에 이들은 “우리가 흘린 것도 아니고 언론이 외부에서 감사보고서 사본을 통째로 입수한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회의에서는 또 “어차피 보안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동안 이 사안에 관해 가장 정확하게 보도한 신문에 나오는 게 그룹에 부담을 덜 준다”는 의견도 나왔다.

30일 본보가 ‘김윤규 씨, 남북협력기금 유용’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감사보고서 주요 내용을 보도하자 현대그룹은 오후 1시 반경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비리 문제에 대한 현대그룹 입장’이란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현대는 “30일자 언론에 보도된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비리문제는 대부분 사실임을 밝힌다”면서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보고서에 지적된 남북협력기금 유용 부분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자료에 넣지 않았다. 비자금 및 자금유용액도 일부 줄여서 발표했다.

현대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감사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김 부회장을 대북사업 라인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완전 퇴진으로 대북사업이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겠지만 결과적으로 투명성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남북협력기금 부분은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면서 “지금까지 김 부회장의 복귀를 요구해 온 북한도 이 상황을 보면서 마음을 고쳐먹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출국한 김 부회장은 일본을 거쳐 중국 칭다오(靑島) 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증인 출석을 요청한 10일 국감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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