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개인 비리에 대한 대외비 내부감사 보고서를 동아일보가 통째로 입수해 이날 진위를 최종 확인했다는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사장을 겸임하는 최용묵(崔容默)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이 사실을 즉시 현정은 회장에게 보고했다.
현대그룹은 현 회장 주재로 최 사장, 윤만준(尹萬俊) 현대아산 사장, 노치용(魯治龍) 그룹 홍보담당 전무 등 핵심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3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 끝에 이들은 “우리가 흘린 것도 아니고 언론이 외부에서 감사보고서 사본을 통째로 입수한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회의에서는 또 “어차피 보안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동안 이 사안에 관해 가장 정확하게 보도한 신문에 나오는 게 그룹에 부담을 덜 준다”는 의견도 나왔다.
30일 본보가 ‘김윤규 씨, 남북협력기금 유용’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감사보고서 주요 내용을 보도하자 현대그룹은 오후 1시 반경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비리 문제에 대한 현대그룹 입장’이란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현대는 “30일자 언론에 보도된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비리문제는 대부분 사실임을 밝힌다”면서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보고서에 지적된 남북협력기금 유용 부분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자료에 넣지 않았다. 비자금 및 자금유용액도 일부 줄여서 발표했다.
현대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감사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김 부회장을 대북사업 라인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완전 퇴진으로 대북사업이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겠지만 결과적으로 투명성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남북협력기금 부분은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면서 “지금까지 김 부회장의 복귀를 요구해 온 북한도 이 상황을 보면서 마음을 고쳐먹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출국한 김 부회장은 일본을 거쳐 중국 칭다오(靑島) 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증인 출석을 요청한 10일 국감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