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자회담 타결을 환영한다

  • 입력 2005년 9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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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 틀이 마련됐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어제 베이징에서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非核化)’ 원칙을 확인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의 장(場)’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2차 북핵 위기가 촉발된 지 35개월 만에 ‘큰 틀에서의 합의’를 4차 6자회담 공동성명에 담아낸 것이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한 것은 가장 긍정적인 진전이다. 우리는 회담 결과를 환영한다.

한국 정부의 역할도 평가할 만하다. 정부는 대북(對北) 전력 지원을 주 내용으로 한 중대 제안을 통해 협상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또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과 경수로 문제에 대한 절충안으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했다.

이번 회담은 북핵 ‘위기 국면’을 ‘본격 협상 국면’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제 합의가 즉각 차질 없이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북은 당장이라도 복귀를 선언해야 한다. 이것이 북의 진정성과 공동성명의 성패를 판가름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기 위한 실무 협의도 바로 시작해야 한다. 이런 가시적 조치들이 취해지면 미국 중국 러시아는 에너지(중유) 공급을, 한국은 200만 kW의 전력 지원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성명 제6항에 담긴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공동성명에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대가(代價) 부분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은 점은 문제로 남는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지원도 하고, 200만 kW의 전력도 공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경수로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있다. 추후 협상에서 이 대목이 좀 더 분명히 정리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력을 주기로 한 이상 한국은 별도의 에너지 지원에서 빠지거나, 최소한의 부담에 그쳐야 한다. 전력 공급만 해도 우리 국민에게 수십 조 원의 짐을 안기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부담은 무리다.

‘한반도의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별도의 협상’을 하기로 한 것은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추진’과 함께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바꾸는 일은 남북한 평화 공존을 위한 과제다. 그럼에도 북은 한국이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국과의 협상만을 고집해 왔다. 이번 공동성명으로 북의 이런 주장은 무의미해졌다. 따라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명실상부한 ‘평화협정 논의 4자 회담’이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노력까지 보태진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종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전개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이 먼저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 북한이 남북 장성급회담을 기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평화체제 논의를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라도 베이징 공동성명은 실질적으로 이행돼야 한다.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처럼 사문화(死文化)돼 버릴 우려가 있다. 합의 사항에 대한 성실한 이행만이 이번 공동성명을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희망의 로드맵’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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