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후보 인사청문회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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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8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가 청문회 초반 선서문을 들고 진실만을 증언하겠다고 선서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8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가 청문회 초반 선서문을 들고 진실만을 증언하겠다고 선서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이용훈(李容勳) 대법원장 후보는 8일 “전문가들이 재판에 직접 관여해서 전문지식을 법관에게 공급할 수 있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긴급체포의 남용을 막고 불구속 재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한 제도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 개혁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구속재판 관행 때문에 전관예우”=이 후보는 이날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를 만들 방안이 뭐냐”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질문에 “외부 인사와 재야 법조인, 교수 등이 들어와서 법원행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볼까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법원행정처 등에 여러 직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법원행정처는 법원 내부에서 임명된 판사들로만 구성돼 왔다.

그는 이어 구속재판의 문제를 지적하며 “전관예우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불구속 재판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속 상태를 면하려다 보니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일이 빈발한다는 설명이다.

▽코드 인사 논란=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활동한 전력을 들어 ‘코드 인사’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대법원장 지명 발표가 있기 전날 노 대통령을 만났다”며 “탄핵 대리인을 한 것 외에는 대통령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대법관 퇴임 후 수임료 60여억 원을 벌어 전관예우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서는 “퇴임 후 5년간 변호사를 했는데 ‘전관박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이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 기간 맡은 사건 472건의 승소율은 17.2%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김정권(金正權) 의원은 이 후보가 부인 명의로 산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66평짜리 아파트를 문제 삼았다. 2002년 초 34평형짜리 재개발 연립주택을 산 뒤 조합원 자격으로 분양받아 이익을 챙기지 않았느냐는 것.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큰아들 가족을 데리고 살아볼까 해서 샀는데 여의치가 않다”며 “평당 2000만 원에 분양받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값이 떨어진 것 같아 갖고 있기도 싫다”고 답했다.

▽“점심 혼자 안 먹겠다”=이 후보는 법원의 ‘어두운’ 과거 청산에 대한 질문에 “어려운 문제지만 취임 이후 적절히 생각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한나라당 주성영(朱盛英) 의원이 “역대 대법원장들은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몇 십 년간 혼자 점심식사를 했다”고 말하자 “법원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듣기 위해 점심식사를 여럿이 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李후보 거침없는 답변 눈길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직설적인 답변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이 이 후보의 아들이 서울 강북에 아파트를 갖고 있으면서도 강남에 전세를 얻은 사실을 지적하자 “애들을 한 번도 강남에서 교육시키지 못해 손자는 강남에서 한번 교육시켜 보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강남에선 초등학교에서 공부를 안 시킨다고 해서 다시 강북으로 이사 가게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이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를 거론하며 사법부의 중립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자 “제가 성질이 좀 고약하다. 권력이 사법에 개입하는 걸 개인적으로 용납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나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주 의원이 정치자금 2900만 원을 누구에게 기부했는지 해당 의원의 이름을 밝히라고 하자 “친구 부인에게 준 것이고, 몇 푼(많이) 준 게 아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기부 액수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변호사 하며 돈 많이 벌지 않았나”라고 응수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또 국가보안법,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X파일’ 사건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국회가 적절한 법률안을 마련해 주시면 검찰과 사법부가 편해질 것”이라거나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오면 판결로 견해를 밝히겠다”는 식으로 피해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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