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朴대표 6일께 단독회담…‘盧-朴’ 손도 잡을까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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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표 “盧대통령 만남제의 수락”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로 박근혜 대표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의 회담 제의 의사를 전했다.
朴대표 “盧대통령 만남제의 수락”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로 박근혜 대표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의 회담 제의 의사를 전했다.
6일경 열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회담은 대연정(大聯政)을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연정 문제를 포함한 정국 현안에 대해 평행선을 달려온 두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회담에 임하는 것일까.

▽“연정론 공론화 수순의 일환”=노 대통령은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이 취임식을 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박 대표와의 회담 추진을 지시했다.

이 실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나 “취임인사 예방 일정을 얘기하던 중 대통령이 ‘박 대표를 예방하면 국정 전반에 걸쳐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제안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대연정의 파트너는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라고 밝혀 왔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정론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정치권 협상에 나선다는 내부적 수순에 따른 것”이라고 회담 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박 대표에 이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의 대표를 만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개월간 몇 차례의 서신과 언론인 간담회 등을 통해 연정론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해 왔다.

▽“연정 대꾸도 말자더니”=한나라당 내에선 연정론에 무시 전략으로 일관해 온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의 회담 제의를 전격 수락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이날 “이 실장이 오늘 뭔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만나자는 것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회담에 대해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평소 노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박 대표가 일단 노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노 대통령의 잇따른 연정 제의와 ‘임기 단축’ 등의 발언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혼돈스러운 정국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 내 분위기는 미묘했다. 지난달 31일 연찬회에서 연정론에 대응하지 말자고 의견이 모아진 바로 다음 날 박 대표가 회담 제안을 수락한 데 대한 반발이 터져 나온 것.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에선 회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상식을 벗어난 발언을 많이 하는 노 대통령에게 말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박 대표는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어젠다가 있다.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들어 청와대 회담 문제를 결정하겠다”며 5일 의원총회를 소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청와대 회담은 하는 것이고, 다만 의원총회에서는 의제와 날짜 등에 대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허를 찌르는 제안 가능성?=회담의 핵심 의제는 연정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극복’이란 명분을 앞세워 박 대표에게 연정 수용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중앙언론사 논설 및 해설 책임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연정론은) 대의와 명분이 있는 얘기인데, (한나라당이) 오래 버틸 수 있겠느냐”며 “(한나라당이) 응답을 하지 않는 한 정치적 수세 국면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1일 “노 대통령이 어제 간담회에서 ‘연정론이 마음에 안 들면 정치 개혁론’으로 이해해 달라고 한 대목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연정 거부가 정치 개혁 거부로 비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박 대표는 연정 제의에 쐐기를 박고, 경제에 다걸기(올인)를 해 달라는 주문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이걸로 진짜 끝이다. 연정 이야기를 앞으로는 하지 말라고 못 박는 식의 이야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상상을 뛰어넘는’ 제안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승민(劉承旼) 대표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이 우리의 허를 찌르는 제의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대비 중”이라며 “예컨대 즉석에서 박 대표에게 총리 직을 제의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정론에 대한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인식 차가 큰 상황이어서 회담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예상대로 싱거운 한판이 될지,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 뚜껑은 열어 봐야 한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靑 “박근혜니까 연정 제안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소 참모들에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등 박 대표의 정치 스타일에 큰 관심을 표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번은 노 대통령이 ‘대통령선거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큰데, 박 대표는 그 점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단독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지만 노 대통령은 이전부터 박 대표에 대해 ‘정치적 호감’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대연정 제안도 박 대표의 정치적 특성을 고려한 것이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니까 대연정을 제안했다”고 단언할 정도다.

박 대표가 대구 경북(TK) 등 영남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과거 3김씨처럼 지역 맹주는 아니라는 점이 노 대통령이 연정 제안을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이 관계자는 “만약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처럼 특정 지역의 지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지도자가 야당 대표였다면 연정 제안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박 대표는 지역 패권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일정 정도 지역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연정이 성사된다면 차기 대권 경쟁에서 여권이 득을 볼지, 한나라당이 득을 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 “박 대표가 영남의 압도적인 지지에 호남표 20%만 얻는다면 대권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말도 했다. 박 대표로서는 연정 참여야말로 호남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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