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중 교수 “감청 너무 쉬워 도청 유혹에 빠진다”

  • 입력 2005년 8월 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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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청이 너무 쉽다 보니 자꾸 도청의 유혹에 빠지는 겁니다.”

2003년 팬택 계열이 선보였던 ‘비화(秘話)폰’을 개발한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이필중(李弼中·54·사진) 교수는 7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본보 6일자 6면 참조

통신 보안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 교수는 “국가기관의 감청이 쉽게 불법 감청(도청)으로 바뀐 것은 그동안 감청이 너무 쉽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휴대전화를 통해 오가는 음성 통화는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엿들을 수 있었다.

그는 “국가안보 등을 위한 합법적 감청은 허용하되 통화 내용을 조회할 때는 여러 곳의 기관이 동의해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휴대전화 통화를 암호화하고 수사기관과 법원, 감청 대상자의 소속기관, 이동통신사 및 단말기 제조사 등이 이를 풀 수 있는 ‘열쇠’를 나눠 가지는 ‘키 복구 시스템’ 방식을 제시했다.

감청 대상 정보와 기관에 따라 2곳 이상의 관련 기관이 동의해야 감청 정보를 해독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감청자료는 얼마든지 수사 목적으로 쌓아둘 수 있지만 내용을 확인하려면 여러 곳의 동의를 거쳐야 하므로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국가기관의 도청을 막기 위한 방법에 대해 국가정보원과 시민단체의 의견이 맞서 왔다.

국정원은 합법적인 감청을 제도적, 기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 27일 공포될 통신비밀보호법에는 이동통신사의 교환국 교환기에 감청 장비를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이동통신사는 “사회적 합의가 없고, 수사기관이 뭘 감청하고 어디에 사용할지 불안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도청 논란을 막으려면 기술 분야 전문가들과 협의해 감청 정보 활용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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