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손님에게 인사할까?
감자전을 팔면서 김 씨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손님에게 인사하고 웃어야 하는 서비스정신’이었다.
“북한에서는 항상 공급이 달리니까 경쟁을 하지 않아도 물건이 다 팔리거든요. 상인들이 친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서비스정신도 없죠.”
2003년 북한을 탈출해 작년 2월 한국에 정착한 그는 “장사는 체질이 아닌 것 같아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며 웃었다.
테크노경영대학원 학생들이 탈북자 시장경제 체험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4개월 전.
이성훈(李城熏·35) 이대환(李大煥·30) 김길선(金吉善·26) 씨 등 학생 10명이 자유시민대학으로부터 탈북자 60여 명을 소개받아 △농수산물시장 경매 참관 △과일 노점 판매 △북한음식 장터 등 실전체험을 진행했다.
탈북자들은 “자본주의 경쟁원리를 체험해 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도 “창업이나 장사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자본주의 교육보다 탈북자와 일반시민 사이의 벽이 이들의 정착에 더 큰 걸림돌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자릿세는 왜 내나?
학생들은 탈북자와 만나기 전에 2주간 교육을 받았지만 단시간에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기는 힘들었다.
탈북자들의 충격은 더 컸다. 4월 과일 노점판매 때는 텃세 때문에 4차례나 자리를 옮긴 끝에 겨우 장사를 할 수 있었다.
한 탈북자는 “사유지도 아닌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겠다는데 권리금(자릿세)을 요구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시민대학 유승란(柳承蘭) 실장은 “탈북자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게 권리금과 주식시장의 원리”라며 “창업에 대한 열정은 많지만 종합적인 분석력과 영업 마인드가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대환 씨는 “탈북자들이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았다. ‘가치’를 주고받는 것이 곧 경제라는 감이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 대학생들의 체험 경연
테크노경영대학원 학생들은 지난달 28일 영국계 은행 HSBC가 후원한 대학생 대상 금융프로젝트 경연 ‘SIFE(Students in Free Enterprise)’ 한국대회에서 탈북자와 함께했던 경험을 발표했다.
SIFE는 세계 1800여 개 대학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금융지식을 사회와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30년간 진행해온 국제 대학생 금융단체.
한국에서 처음 열린 이번 대회에는 테크노경영대학원과 함께 연세대, 건국대 등 6개 팀이 참가했다.
‘고교생들의 신용관리 예비교육’ 등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발표한 연세대 팀이 1등을 차지해 10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세계대회 출전자격을 얻었다.
테크노경영대학원 학생들은 “프레젠테이션을 잘 못해 떨어졌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