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북한군 병사에 맥못춘 최전방 철책선…3중차단 허사

  • 입력 2005년 6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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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철책의 아래로, 틈으로, 위로….’

최근 북한을 탈출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남측의 최전방 3중 철책을 절단하지 않고 별다른 제지 없이 무사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 병사는 1일 오전 8시 반경 남측 최전방 3중 철책 중 가장 북쪽에 있는 철책은 하단부의 바위들을 들어내 틈을 만들어 통과한 뒤 중간 철책은 노후한 철조망 문틈을 통해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마지막 철조망은 고정 철골대를 타고 위로 통과했다는 것.

합참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철책선 지역은 갈대숲이 우거져 관측이 힘든 사각지대인데다 인근 초소에는 경계 병력이 배치되지 않아 북한군의 귀순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귀순 시간이 주간근무 전환시기여서 야간 감시장비(TOD)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폐쇄회로(CC)TV를 통한 감시가 이뤄져 침투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합참은 해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감시 순찰을 통한 철책 점검에 소홀한 책임을 물어 부대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하는 한편 최전방 철책 경계력 보강 작업을 예정보다 앞당겨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군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지역은 지난해 10월 최전방 철책 절단사고가 발생한 지역에서 불과 3∼4km 떨어진 곳으로 과거에도 북한 요원들의 주요 침투경로였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따라서 북한군 일개 병사가 이 경로로 귀순했다는 사실은 최전방 철책 경계에 심각한 허점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최전방 철책 절단사고를 ‘민간인의 단순월북’으로 결론내린 군 당국의 판단도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시 군 당국은 철조망의 절단 모양 등이 북한요원의 침투 양상과 다르다며 단순 월북으로 처리했지만 이번 귀순 사건으로 미뤄볼 때 고도로 훈련된 북한공작원이라면 월북을 가장해 침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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