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행담도 감사]감사원인가 ‘감싸원’인가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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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러운 감사원장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행담도 사건 감사결과를 놓고 ‘청와대 감싸기’ 감사라는 의원들의 비판과 추궁이 쏟아졌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답변을 하는 도중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아내고 있다. 변영욱 기자
곤혹스러운 감사원장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행담도 사건 감사결과를 놓고 ‘청와대 감싸기’ 감사라는 의원들의 비판과 추궁이 쏟아졌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답변을 하는 도중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아내고 있다. 변영욱 기자
‘재청무죄(在靑無罪)?’

16일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 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 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진 전직 청와대 관계자 3명이 수사요청 대상에서 빠져 ‘봐주기’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논란의 핵심은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다. 형법상 직권남용죄(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된다.

감사원은 지난주만 해도 “직권남용죄를 폭넓게 적용하는 추세”라며 청와대 관계자 3명에 대한 수사 요청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정작 발표 때는 “청와대 인사들의 부당하고 적절치 못한 행위는 인정되나 직권남용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직권남용죄가 성립되려면 그 행위가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정찬용(鄭燦龍)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서남해안개발 사업 추진에 관여한 행위나 문정인(文正仁)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등이 민간기업인 행담도개발㈜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정부지원의향서를 써준 행위는 일반적 직무권한 범위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구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논리다. 설사 폭넓게 봐서 직무 범위에 속한다고 해도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

하지만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은 문 전 위원장이 써준 정부지원의향서를 토대로 국제신용평가기관 한 곳에서 투자적격등급을 받았고 이게 우정사업본부와 교원공제회가 채권을 매입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또 문 전 위원장은 올해 2월 김 사장의 요청을 받고 한국도로공사 측과 행담도개발㈜의 갈등을 중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정태인(鄭泰仁) 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은 2월 15일 도로공사 직원을 불러 “행담도개발㈜의 채권 발행을 왜 동의해 주지 않느냐”며 질책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청와대 인사들이 사업 전반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데도 감사원은 “도공이 채권 발행에 동의하지 않았다. 결과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므로 직권남용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장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업무보고에서도 법조인 출신 여야 의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법학교수 출신인 열린우리당 이은영(李銀榮) 의원도 “문 전 위원장 등이 사실상 영향력을 발휘했다면 처벌돼야 마땅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은 “법적 검토를 한 결과 형사처벌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맞섰다.

전 원장은 특히 한나라당 장윤석(張倫碩) 의원이 “시중에서는 ‘감사원’이 아니라 ‘감싸원’이란 소리가 있다”고 힐난하자 “감사원 전 직원이 불철주야 일하고 있는데 도대체 누구를 감싼다는 것이냐. 나도 장관직 10년 했고 미련이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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