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체제 ‘종이호랑이’ 전락…평가회의 성과없이 끝나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16분


코멘트
“회의 참가국들은 모든 국가와 국민의 핵 위험을 방지해 주는 집단 안보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중대한 기회(vital opportunity)’를 놓쳤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2일부터 시작해 27일 끝난 제7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미국 뉴욕)가 아무런 실질적 성과 없이 끝나자 이렇게 비판했다.

UPI통신도 27일 “이번 회의가 NPT 역사상 가장 크게 실패한 것이란 평가도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번 회의는 2000년 6차 회의 때와 비교하면 질적 양적으로 후퇴했다. 참가국 수부터 157개국(6차)에서 150개국(7차)으로 줄었다.

2000년 회의 때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조속한 발효 △핵 감축 조치에 불가역성(不可逆性) 원칙 적용 같은 13개의 핵 군축 실질 조치가 담긴 최종 선언문이 채택됐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9·11테러 이후 국제 안보 환경이 바뀌었다”며 이 13개 조치에 대한 토론 자체를 거부했다. 북한처럼 핵무기 개발을 위해 일방적으로 NPT 탈퇴를 선언하는 국가의 제재 방안에 대한 논의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세르지오 데 퀘이로즈 두아르테 회의 의장은 “의견이 다양하고 견해차도 너무 커 최종 의장 성명조차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의 8쪽짜리 최종 보고서에는 참가국과 의장단 명단, 회의 의제만 적혀 있고 실질적 내용은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난 사무총장은 “9월 유엔 특별정상회의에서 NPT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NPT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정치적 결단과 토론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 2000년(6차)과 2005년(7차)

2000년 회의2005년 회의
기간4월 24일∼5월 19일5월 2∼27일
참가국187개 당사국 중 157개국(84.0%)189개 당사국 중 150개국(79.4%)
핵 관련상황-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실험(1998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발효 지연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개발 추진
-제2차 북핵 위기(2002년 10월∼)
-이란의 핵 개발 의혹
-핵 암시장의 존재 확인 및 핵테러 위협 증가
쟁점과결론-핵 보유국의 핵 군축 13개 조치 합의
-중동 비핵지대 설치 및 북핵 사찰 문제도 최종 문서에 반영
-15년 만에 의미 있는 최종선언문 채택
-NPT 탈퇴 규제 강화 논란
-미국의 신형 핵무기 개발에 대한 논란
-참가국 간 이견으로 회의 참가국명과 의제만 적은 형식적 최종보고서 발표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