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협상 國調 ‘메모 신경전’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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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몇 개 적으면 메모니까 괜찮고, 문장 전체를 적으면 필사(筆寫)라서 안 된다?’

쌀 협상 국정조사 과정에서 외교 문건의 열람 방식을 놓고 해당 부처와 국회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쌀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참석 의원들은 ‘어디까지가 메모고, 어디까지가 필사냐’만 놓고도 30분 이상 공방을 이어갔다.

한나라당 김재원(金在原), 민주노동당 강기갑(姜基甲) 의원은 “열람한 내용을 적거나 그 내용을 청문회에서 지적할 수 없다면 국정조사를 어떻게 진행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주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예비조사 과정에서 비밀 문건을 옮겨 적다가 외교통상부 측으로부터 제지당했다. 비밀 문건이 필사를 통해 일반인이나 언론에 공개될 가능성을 정부가 우려한 탓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상대국들이 협상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제안을 포함해 전략상 여러 요구를 하게 된다”며 “이런 내용이 다 드러나면 다음번 협상 진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쌀 협상에 참여했던 법무법인 율촌의 정영진(鄭永珍) 변호사는 “협상 과정에서는 ‘당신네 나라를 최고로 배려한 조건이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타국이 더 좋은 조건이었음이 드러나면 국가 간 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강 의원 등은 “이렇게 쉬쉬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은 물론 이면 합의 문제가 불거져 사태가 더 악화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 쌀 국정조사 특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비밀문서 열람 자격을 특위 위원이 위촉한 전문가 12명에게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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