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료운반선 울산 입항]北선원들 묵묵부답…下船도 안해

  • 입력 2005년 5월 23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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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이 궁금합네다”남측이 제공하는 비료를 싣고 가기 위해 북한 화물선 백두산호가 22일 오후 울산항에 입항했다. 한 선원이 뱃전의 창문을 통해 울산항을 바라보고 있다. 울산=원대연 기자
“바깥이 궁금합네다”
남측이 제공하는 비료를 싣고 가기 위해 북한 화물선 백두산호가 22일 오후 울산항에 입항했다. 한 선원이 뱃전의 창문을 통해 울산항을 바라보고 있다. 울산=원대연 기자
“비료를 실으러 온 기분은 어떻습니까?”

“….”

“피곤하지 않습니까?”

“….”

22일 오후 4시 반경 울산 남구 장생포동 울산항 제3부두. 비료를 인수하기 위해 입항한 북한의 백두산호(6800t급) 선원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일부 선원은 배 안에서 창문을 통해 울산항 전경을 신기한 듯 내다보았다. 승선자는 비료 인수요원 2명과 선장을 포함한 선원 44명 등 모두 46명.

국가정보원 등 관계당국은 취재진에 근접 촬영과 취재는 허용했지만 승선은 통제했다. 북측도 비료 인수요원을 제외한 선원은 하선시키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백두산호는 비료를 수송하기 위해 오는 북한 화물선 3척 중 가장 먼저 도착한 배. 나머지 2척은 23일까지 군산항과 여수항에 입항한다.

이날 울산항에는 울산지방해양수산청 등에서 2시간 전부터 나와 백두산호 입항에 대비했으며, 1984년 9월 쌀과 시멘트 등 대남 구호물자를 싣고 내려온 뒤 21년 만에 남측 항에 입항하는 북한 선박을 취재하려는 취재진으로 붐볐다. 일부 방송사에서는 헬기까지 동원했다.

1964년 냉동가공 모선으로 건조된 백두산호는 곳곳에 녹이 슨 흔적이 눈에 띄었다. 인공기는 걸려 있지 않았지만 앞부분에 페인트로 그려져 있었다. 선체에는 빨간색으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늘 함께 계신다’는 글씨가 선명했다.

백두산호 도선을 맡은 울산항 도선사협회 장문근(57) 회장은 “30년 동안 1만여 척을 도선했지만 북측 선박을 도선하기는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다”며 “50대로 보이는 북측 선장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특별한 어려움 없이 도선을 끝냈으나 도선 외에 다른 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강병욱 인도단장은 “북측 화물선들은 남북 해운합의서가 정한 해운항로로 처음 항해했다”며 “아직 발효되지 않은 이 합의서가 사실상 시험적으로 적용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호는 23일 오전 8시부터 24일 오후까지 울산항 3부두 바로 옆의 삼성정밀화학에서 생산한 요소비료 5000t을 싣고 25일 돌아간다. 다음 달 초까지 모두 20만 t의 비료가 북측에 전달될 예정이며, 이 기간에 울산항에는 북측 화물선이 6차례 입항할 예정이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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