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광웅 국방장관의 自重을 바란다

  • 입력 2005년 4월 7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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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웅 국방장관이 어제 합참의장과 육군총장 취임식에서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군(軍)을 발전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을 군이 뒷받침하라는 지침이다.

우리는 윤 장관의 이날 훈시 내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이런 공언이 내용면에서나 시기적으로나 부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최근 중국에 대해서는 “군사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미국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 문제 등에서 서로) 불만의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주변 강대국 및 북한과의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균형자론이 낳을 결과에 대해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공허하게 균형자론을 강조하면 할수록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중심 역할자’가 아니라 ‘모든 주변국으로부터 냉대 받는 외톨이’가 될지 모른다는 지적을 적잖은 전문가들이 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가볍게 여기고, 통수권자의 생각과 말을 여과 없이 옮기는 것이 과연 믿음직한 국방장관의 모습인지 의문이다. 윤 장관이 균형자론에 대해 얼마나 깊이 연구하고 전략적 검토를 했는지 궁금하다. 국방부 및 군 내부에서 우리의 안보능력과 대외관계를 종합적이고 심도 있게 논의한 적은 있는가.

군은 국가안보의 최후보루다. 군이 흔들리면 더는 기댈 곳이 없다. 외교 전략에 변화가 있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군이다. 하물며 상당수 국민에게 성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는 균형자론을 놓고 69만 장병에게 버팀목이 되라고 명령한 것은 경솔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윤 장관의 발언은 한국군에 대한 전시(戰時)작전권이 주한미군에 있다는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연합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우리 군이 무슨 방법으로 동북아 균형자의 버팀목이 된다는 것인가. 당장 한미동맹을 파기하고 작전권을 회수하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설혹 우리나라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정치 외교적으로 가능하지 군사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임무 조정에 따른 자이툰 부대원 270명 감축조차 한미동맹의 이완(弛緩) 징후로 읽힐 정도로 민감한 상황이다. 이런 국면이기 때문에 윤 장관의 언행이 더욱 주목받는 것이다. 윤 장관은 진정으로 국가 안위와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더 심사숙고하고 자중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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