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후쿠오카서 韓人징용희생자 유골 9구 발견

  • 입력 2005년 3월 31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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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희생자 유골 찾기에 20여 년을 헌신해온 배래선 ‘무궁화의 회’ 이사장이 망향의 한이 서린 징용자 유골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즈카=조헌주 특파원
징용희생자 유골 찾기에 20여 년을 헌신해온 배래선 ‘무궁화의 회’ 이사장이 망향의 한이 서린 징용자 유골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즈카=조헌주 특파원
망향의 한을 간직한 한국인 징용희생자 유골 9구가 최근 일본 후쿠오카(福岡) 현 지쿠호(筑豊) 탄광 지대의 구라테(鞍手) 정에서 새로 발견됐다.

이 일대는 일제강점기에 끌려간 한국인 징용자 15만여 명이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이 가운데 2만여 명이 숨진 곳이다.

▽유족을 찾습니다=31일 ‘무궁화의 회’ 배래선(裵來善·84) 이사장과 본보가 징용자 유골 9구를 조사한 결과 5명의 신원이 밝혀졌다.

이들 유골은 그동안 쇼센지(照專寺)에 ‘무연고 유골’로 보관되어 왔지만 유골함 표면의 메모나 함 안에 든 종이쪽지 등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것. 나머지 4구에서도 함 표면에 ‘金法童子’ ‘孫斗○’ 또는 ‘朝鮮人’이라는 글씨가 발견됐으나 더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무궁화의 회’는 징용자로 후쿠오카 현 이즈카(飯塚) 시에 정착한 배 이사장 등이 만든 한일 합동 민간단체로 2000년 12월 한국인 징용희생자를 위한 납골당 ‘무궁화당(堂)’을 세우기도 했다. 이 무궁화당에는 그동안 신원은 밝혀졌으나 유족을 찾지 못한 한국인 희생자 유골 3구를 안치해 왔다.

배 이사장은 “새로 신원이 밝혀진 5구와 기존 3구의 유골만큼은 내 생전에 꼭 유족에게 전해 주고 싶다. 민족지 동아일보가 유족을 찾아 달라”면서 신상 명세를 건넸다.

▽징용 실태=지쿠호는 태평양전쟁 말기 300여 개의 탄광이 밀집했던 일본 최대 석탄 산지. 종전 무렵 일본 내 탄광노동자 40여만 명 중 한국인 노동자는 12만4025명(31.3%)이었다는 일본 측 기록이 있다.

새로 발견된 징용희생자 중 일부는 전쟁 후인 1950년대 말이나 1960년대 초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배 이사장은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며 “징용에서는 풀려났지만 여러 사정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정착한 경우도 많았다”면서 “후손 없이 지내다 숨지자 지인들이 유골을 절에 맡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이사장 자신도 이 일대에서 강제노동을 하다 전쟁 직후 돈이 없어 귀국하지 못하고 날품팔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야 했다.

▽문제=17일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담화를 통해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 조사 및 반환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뒤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1985년 8월 6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의 언급을 비롯해 일본의 고위관계자가 유골 송환을 약속한 것은 1979년 이후 6차례나 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조사하지도 않았고, 발견된 유골의 송환에도 남북 분단 등을 핑계로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한국 정부 역시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한 적이 없다. 배 이사장은 “한국 정부에 담당 조직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이곳을 찾아온 적이 없다”며 허탈해했다.

1970년대 중반 총련 측이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단’을 만들어 조사한 적이 있으나 북-일 수교 협상용이었을 뿐 이때에도 유골 송환에는 소극적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일본 측이 관련 자료를 상당부분 폐기했지만 배 이사장과 일본인 연구자들은 규슈(九州) 지역에서 숨진 한국인 징용희생자 2000여 명의 명부를 찾아내 확보한 상태다. 이 지역의 상당수 절에는 한국인 희생자 유골이 더 있다고 한다.

이는 일본 정부가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한국 정부 역시 힘을 기울이면 징용희생자 유골 송환 문제가 크게 진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망향 유골 신상 명세
이름(한국명)생몰주소(당시 행정상)기타
完山在順(불명)?∼1943. 11. 24.전남 영광군 영광읍 신월리사망 시 33세
吳東元(오동원)1921. 2. 10.∼1945. 2. 18.강원 강릉군 사천면 덕실리1943. 5. 2. 광산 배치
慶本基龍(이기룡)1920. 2. 20.∼1945. 9. 17.경기 용인군 모현면 초부리1942. 9. 14. 광산 배치
李鍾立(이종립)?∼?경북 청송군 부남면 감연동

孫元得(손원득)1916. 3. 5.∼1959. 8. 17. 경북 청송군 부동면급성폐렴으로 사망
具興書(구흥서)1923. 11. 27.∼?전북 김제군 하리면 월성리

裵車成(배차성)1912. 3. 26.∼1961. 3. 29.경북 성주군 월항면 보암리

李順錫(이순석?)?∼1961. 7. 7.경북 영주군 이산면 원리1구‘李順奉 弟 李順錫’이라고 유골함에 표시됨
자료 제공:이즈카 시 무궁화당

이즈카=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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