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장사' 드러나…'核 방정식' 꼬일듯

  • 입력 2005년 3월 25일 0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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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월 초 북한의 핵물질 수출 사실과 함께 ‘자금 흐름’까지 포착해 한국 정부에 통보한 것은 기존의 ‘북한 핵 방정식’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미국의 핵 공격이 두렵다’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명분이 무색해졌고 북한이 1990년대 이후 남북한 및 국제사회와 약속한 세 가지 비핵화 합의를 모조리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셈이기 때문에 ‘대북(對北) 협상 무용론’이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대북 제재에 반대해 온 한국과 중국의 입지도 그만큼 좁아지게 됐다.

물론 미국의 정보 판단이 틀렸다면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한 당국자는 “그 정보에는 중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한국 정부는 미 당국의 결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은 없다”=미국이 ‘리비아가 핵물질 구입 대가를 북한에 지불했다’는 극비 정보를 한국 정부에 통보한 것은 대북 인내심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증거다.

현재 알려진 북한의 6불화우라늄 수출 시점은 2001년 초. 당시는 2차 북한 핵 위기가 시작된 2002년 10월 이전의 시점으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물질의 유출에 엄격한 통제를 받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시기에 핵물질을 일반 상품처럼 돈을 받고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된 리비아에 판 것이다.

이 거래는 또 1991년 남북한이 체결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물론 1994년 북-미 간 체결된 제네바합의도 휴지조각으로 만든 셈이다. 북한은 남북한 및 국제사회와 한 세 가지 약속과 의무를 송두리째 저버린 것이다.

▽미국의 정보=한국이 전달 받은 북한과 리비아의 자금 거래 정보는 ‘핵심 내용은 있지만 빈칸도 많은’ 불완전한 정보다.

북한-리비아 간 금융 거래에 대해 ‘몇몇 달러’라는 구체적 숫자 대신 ‘북한이 넘긴 물건에 걸맞은 액수가 핵물질이 수출된 시점에 송금됐다’고만 설명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 내에는 “결론만 있을 뿐”이라며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기류도 일부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파악한 구체적 액수가 알려지면 어느 채널을 통해 비밀 거래가 노출됐는지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빈칸’을 남겨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빈칸’이 적지 않은 정보를 넘겨준 데 대해 “한미 간에 100% 정보 공유를 하기 힘든 ‘(불신) 구조’가 작용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향후 파장=북한의 ‘핵물질 장사’ 사실이 공론화할 경우 북한은 무(無)대응으로 나오거나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핵무기로 무장한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 정책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핵개발 논리로는 이런 상거래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뉴욕타임스가 올해 2월 2일자에서 ‘북한이 리비아에 핵물질을 팔았다’고 보도했을 당시에도 구체적 반응을 삼갔다. 그러나 1주일 뒤인 10일 핵 보유 선언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미국은 이 사안을 놓고 6자회담 참가국들의 ‘반(反)북한 연대 형성’을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물질의 해외 유출’은 미국이 암묵적으로 그어 놓은 금지선(red line)이다. 북한이 이 금지선을 넘어선 것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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