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 2.7㎞ 남기고… 새만금 ‘장기표류’

  • 입력 2005년 1월 17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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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조정권고’ 이후 어떻게되나▼

1991년 착공해 아직까지 물막이 공사를 끝내지 못한 전북 새만금 간척사업이 장기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행정법원이 17일 새만금 사업의 토지 용도에 대한 논의가 끝날 때까지 방조제 공사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방조제 공사를 우선 마무리하고 농지 이외의 토지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번 조정권고안으로 정부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입장 검토 중”=농림부는 재판부의 조정권고안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서병훈(徐丙焄) 농림부 농촌정책국장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조정권고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이의신청 기일인 다음 달 2일까지 정부 입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조제의 물막이 공사가 대부분 완료된 상황에서 ‘간척지 용도 우선 결정’이라는 변수에 부닥친 농림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농림부는 새만금 사업은 당초 농지조성을 목표로 시작된 것이고 그동안 환경단체와의 논쟁 과정에서 이 같은 목표가 수차례 언급됐기 때문에 용도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권고 내용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새만금 방조제는 전북 부안과 군산시 비응도를 잇는 33km의 구간 가운데 2.7km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의 물막이 공사가 끝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농림부의 한 당국자는 “2.7km 구간의 밑바닥에는 물막이 공사 전에 필요한 돌망태를 깔아놓은 단계이기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내년까지 공사를 완료하지 않으면 토사유실 등 사업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도 “사법권력 때문에 정부의 국책사업이 또다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며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새만금 사업 장기표류 위기=환경단체는 일단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농림부가 공사 완공을 목표로 재판부의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이더라도 논의는 정치권으로 넘어가게 되고 공사는 위원회 결론 때까지 중단된다. 따라서 새만금 사업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환경단체가 추천한 위원과 정부 부처, 전북도 추천 위원 등으로 민관위원회를 구성한 뒤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 여기에 몇 년의 시간이 걸려 사업이 늦어지고 결국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원회 구성이나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원고(환경단체)는 중도에 재판부에 다시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농림부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재판이 열리겠지만 1심 선고에서 패소한 쪽이 또다시 항소와 상고를 할 것으로 보여 재판은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의 극렬한 반대에 따른 사회적 논란이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날 조정권고안이 원고 측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해서 정식 재판에서도 원고가 승소할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다. 선고는 사업 자체의 유·무효에 대한 판단이어서 재판부로서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사업을 무효로 되돌리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91. 8.=사업시행계획 확정고시

△1991. 11.=새만금간척사업 착공

△1998. 2.=환경단체들 공조, 사업

백지화 요구

△1999. 5.=새만금사업 환경영향 민관

공동조사단 발족, 공사 중단

△2001. 5.=새만금사업 계속하기로 결정

△2001. 8.=시민환경단체, 공유수면

매립 면허·사업시행인가처분

취소 소송(본안소송)

△2003. 6.=환경단체, 공사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2003. 7.=서울행정법원, 새만금사업

잠정 중단 결정

△2004. 1.=서울고등법원, 새만금사업

공사 재개 결정

△2005. 1.17.=서울행정법원, 새만금

소송 조정권고안 발표

△2005. 2. 4.=서울행정법원, 새만금

본안소송 1심 선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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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법원 조정안 뭘 담았나▼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사업 소송과 관련해 17일 제시한 조정권고안은 환경단체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정권고안 내용=권고안의 핵심은 새만금 사업의 본질인 ‘간척지를 어떤 용도로 이용할지’에 대해 결론을 먼저 내라는 것이다. 용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적정 수질이나 추가 소요 예산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이 어렵다는 것.

재판부가 이 논의를 국회나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넘긴 것도 단순히 이 문제를 사법부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새로 구성하는 위원회에서 용도를 변경한 뒤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제시한 대안=재판부는 간척지 용도 변경을 전제로 공사를 중단하지만 사업 자체는 계속 추진하자는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특히 “이미 건설된 방조제를 허물고 새만금사업을 백지화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합리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우선 용도를 확정해 환경영향평가를 하되 ‘담수호를 조성할지를 판단하자’고 제안했다.

담수호를 조성할 경우 넓은 간척지와 대규모 담수호를 확보할 수 있지만 수질관리, 예산 확보, 갯벌과 해양생태계 악영향 등의 문제로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판부는 전망했다.

반면 담수호를 조성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방안은 간척지 규모가 축소되지만 담수호 조성 때의 단점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총면적 1억2000만평 세계최대 간척사업▼

새만금 사업은 전북 군산시 비응도와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사이 바다를 길이 33km의 방조제로 막는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이다.

간척 면적은 농지와 산업단지 등으로 사용될 내부 간척지 2만8300ha와 담수호 1만1800ha 등 모두 4만100ha(1억2030만 평).

현재까지 2조514억 원의 사업비 가운데 1조7483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돼 33km 방조제 가운데 30.3km가 만들어졌다. 사업이 끝나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해당하는 국토 확장에다 방조제 위 도로 건설로 군산과 부안 간의 거리를 66km가량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조정권고안은 다음달 4일 본안소송 1심 선고에 앞서 재판부가 원고와 피고 간에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제시한 것이다.

환경단체는 2001년 8월 새만금 간척사업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본안소송)과 함께 공사 중단 가처분 신청을 했다.

2003년 7월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1월 농림부가 가처분 결정 취소를 요구한 서울고법 항고심에서 1심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뒤집혔다. 환경단체는 곧바로 대법원에 재항고했다가 12일 이를 취하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새만금' 원점으로… 법원 "민관委서 용도 먼저 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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