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판결에 앞서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을 벌이며 법조계의 의견을 청취한 것은 수사 및 재판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검사가 작성하고 피의자가 서명날인한 진술조서는 설령 법정에서 실제 진술과 다르게 작성됐다고 다투더라도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는 보강증거를 찾기보다는 자백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수사관행이 자리 잡아 인권유린을 불렀다.
검찰 수사에서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피의자의 약점을 이용한 위협, 모욕과 압박, 고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중요 피의자들이 수사를 받는 중에 자살하는 사건이 한때 잇따랐던 것도 이런 수사관행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이제는 피고인이 진술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검사 작성 진술조서도 경찰 조서와 마찬가지로 재판의 참고자료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강 증거를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 직후 ‘조사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음을 피고인이 입증하지 않는 한 검사작성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검찰이 여전히 수사편의주의에 미련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논리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취지는 다르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하는 검사작성 진술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법원과 검찰은 공판중심주의로 전환한 데 따른 재판업무 부담과 수사 실무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