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1년…明과 暗]정치개혁 진일보-민생은 외면

  • 입력 2004년 11월 1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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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가운데)이 11일 영등포 당사에서 천정배 원내대표 등과 함께 창당 1주년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이 의장은 ‘4대 법안’ 국회 처리와 관련해 “야당에 대한 설득과 대화를 통해 충분히 토론한 뒤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가운데)이 11일 영등포 당사에서 천정배 원내대표 등과 함께 창당 1주년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이 의장은 ‘4대 법안’ 국회 처리와 관련해 “야당에 대한 설득과 대화를 통해 충분히 토론한 뒤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경제기자
“거대여당으로 탈바꿈했지만 정책역량은 부족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11일 창당 1주년을 맞는 감회를 이같이 피력했다.

47명의 의원으로 창당을 결행했던 당시 ‘촛불을 들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밤 항해에 나선 기분’이라는 한 고위관계자의 말처럼 창당 초기 열린우리당의 앞길은 험로(險路)였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사태 속에 의석수는 과반이 넘는 151석으로 늘었다. 돈 선거가 사라지고 보스정치가 없어지는 등 정치개혁 분야에서의 성과는 괄목할 만했다. 하지만 ‘개혁’에 집착하면서 경제는 멍이 들었고, 당의 입지도 그만큼 좁아졌다. 그래서 “의욕만 앞섰을 뿐 성과는 미흡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당 내에서도 터져 나온다.

▽바뀐 정치 지형, 정치개혁은 ‘진행형’=이부영(李富榮) 열린우리당 의장은 11일 창당 1주년 기념사를 통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대한민국의 ‘정치 강산’은 지난 1년 동안 몰라보게 변했다”면서 “그 ‘10년 같은 1년’에 우리 당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낡은 정치와 지역정당을 청산하고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창당 취지대로 ‘정치개혁’에는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먼저 한 사람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보스정치’를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원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정당을 지배하는 구도도 사라졌다. 당내 영향력이 강한 몇몇 사람이 정책을 결정하는 관행도 없어졌다. 선거법 개정으로 ‘정치=돈’이라는 등식도 지금은 통하지 않게 됐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은 아직 ‘진행형’이다. 당원이 중심이 되는 정치를 지향하고 있지만 정작 진성당원은 많지 않다. 국민통합을 주창했지만 오히려 계층 세대간의 갈등과 분열만 심화시킨 측면도 적지 않다.

국가보안법 폐지 당론을 정할 때처럼 대통령의 의중이나 말 한마디에 여전히 당이 오락가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야당을 진정한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며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개혁명분에 경제는 멍들고, 민심은 악화=민생경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은 최대의 실책으로 꼽힌다.

분배와 성장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개혁지상주의에만 빠져 있다는 비판도 거셌다.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에 골몰하느라 경제 살리기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한마디로 ‘백화점식’ 개혁 프로그램을 양산해 내긴 했지만 정작 국민이 무얼 먹고 살지, 경제는 어떻게 살릴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분출하고 있다.

관료 출신의 한 의원은 “개혁 우선순위에서 경제문제가 밀리면서 정책의 타이밍을 놓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실토했다.

당 내에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해 있다. 한 핵심관계자는 “개혁을 해 보기도 전에 과반의석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짓누른다”고 우려했다. 최근 여권에선 “다수 여당으로서의 경험 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창당 1주년 기념식 메시지를 통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성공한 정당을 만들어 보자”고 강조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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