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진상법 여야 대표회담 결렬

  • 입력 2004년 9월 7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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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오른쪽)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처리 등 당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처리 문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서영수기자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오른쪽)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처리 등 당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처리 문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서영수기자
열린우리당이 공언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상정일(8일)을 하루 앞두고 여야는 7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공방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종일 회담을 가질 것인지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가 국회에서 잠시 만났으나, 시각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서로의 입장이 분명해 조율된 것이 하나도 없다. 평행선만 달렸다”는 열린우리당 박영선(朴映宣) 원내부대표의 발표처럼 회동은 냉랭하게 끝났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도 여야 대화는 평행선이었다. 행자위 간사인 열린우리당 박기춘(朴起春) 의원과 한나라당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전화통화를 했으나 ‘상정 강행’과 ‘상정 반대’라는 서로의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 의원은 “발효를 앞둔 법안을 시행도 안 해보고 개정하겠다는 것은 헌정 파괴나 다름없다”고 말했고, 박 의원은 “일단 상정한 후 모든 것을 토론하자”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박 부대표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내일(8일) 반드시 행자위에 상정할 것”이라고 거듭 전의를 다졌다. 열린우리당은 행자위 소속 23명의 의원 중 소속의원 13명과 민주노동당 이영순(李永順) 의원 등 14명의 서명을 받아 개정안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출한 상태다.

박 의원은 “대화 노력도 할 만큼 했고 명분과 여론에서 우위에 있다고 확신하는 만큼 한나라당의 시간 끌기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물리적 저지를 할 경우 여론이 오히려 유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김우전(金祐銓) 광복회장과 윤경빈(尹慶彬) 독립기념관 이사장 등 독립운동단체 대표단이 천 원내대표를 찾아와 개정안 상정을 당부한 것도 열린우리당으로서는 큰 힘이다.

한나라당은 개정안 상정에는 반대하지만, 상임위에서 물리력까지 동원해 상정을 막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대신 조사대상을 일제강점기 당시 군인과 경찰의 계급이 아닌 행위를 기준으로 엄격히 정하는 등 대안을 제시해 충분히 토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여당이 정략적 개정안을 내놓고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이를 바로잡는 개정안을 내는 게 합당하다”며 “당당한 토론을 통해 국민이 어느 당의 개정안이 바른지를 판단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인 이 의원은 이날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에 대해 법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자료를 내는 등 ‘논리전’을 병행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과거사기본법’에 맞서 항일 독립운동은 물론 북한정권 및 좌익세력의 테러행위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 규명하기 위한 ‘현대사기본법’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항일 독립운동 △북한정권 및 좌익세력 테러행위 △인권유린 △민주화 운동을 가장한 이적활동 등을 포함하는 현대사에 초점을 맞춰 정치적 중립성과 학술적 전문성을 갖춘 ‘현대사정리위원회’가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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